법무부가 올 하반기부터 변호사 가운데 검사를 대거 선발키로 함에 따라 검사가 될 수 있는 길이 다양해졌다.

대법원이 경력 변호사와 검사를 판사로 임용하기 위해 올해초 부터 본격 시행 중인 '법조일원화'와 맞물리면 사법연수원 성적에 따라 판.검사 임용대상자를 선발하는 현행 법조인 양성 방식이 상당부분 바뀌게될 전망이다.

하지만 자칫 경쟁력 없는 변호사들만 지원해 오히려 검찰 수준을 떨어뜨리거나 또다른 전관예우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40세 미만 변호사면 지원 가능

법무부에 따르면 앞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을 마친 사람은 누구나 경력 검사로 지원할 수 있다.

또 개인 또는 단체의 추천을 받는 변호사들은 법무부로부터 추천 사실을 통보받고 본인 의사에 따라 지원서를 접수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2∼5년의 법조 경력자 가운데 30대 중반 이하의 변호사들이 연수원 성적을 토대로 경력 검사로 임용돼 왔다.

한 해 선발 인원도 10명 내외에 불과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전제조건이 사라진다.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40세 미만의 변호사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임용 규모도 대폭 늘어난다.

법무부는 지원자들의 능력만 우수하다면 올해에만 30∼50명의 경력 변호사를 검사로 선발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120여명에 이르는 한 해 신규 임용 검사의 50%를 경력 변호사로 채울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연수원 성적 때문에 검사로 임용되지 못했던 변호사나 연수원 수료 후 대형 로펌으로 직행한 변호사 중 희망자는 검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검찰은 금융·증권,조세·기업회계,공정거래,무역·외사,컴퓨터·IT,여성·소년,환경·의료, 마약·유전자 등에 대해 3년 이상 실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 가운데 국내외 박사 학위나 자격증,소송 30건 이상의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우대할 계획이다.

현업에 있던 변호사들이 검찰로 들어오면 폐쇄적인 검찰 문화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법무부는 기대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야 변호사들을 수혈함으로써 경직된 조직 문화에 유연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경력 관리용으로 변질될 수도

하지만 이 같은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취지대로 전문성을 보유한 변호사들을 대거 검사로 채용하려면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법무부 안대로 변호사 경력을 검사 근무년수로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으로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들을 영입하는 데 부족하다는 얘기다.

자칫 변호사 시장에 정착하지 못한 경쟁력 없는 변호사들이 경력 관리 차원에서 검찰로 눈을 돌릴 수 있다.

법무부는 선발 과정에서 이런 변호사들을 거른다는 계획이지만 유능한 변호사가 얼마나 지원할지 예측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앞서 올해 초부터 법조일원화를 시행한 대법원도 경력 판사 20명을 모집했지만 27명만이 지원했고 최종적으로는 당초 계획 인원보다 적은 17명만 뽑았다.

검사 선발 방식을 다양하게 하고 법조일원화를 추진하는 것이 또 다른 전관예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승태 변호사는 "검사나 판사로 임용된 변호사들이 자신이 과거 개입했던 사건을 맡거나 자신이 속했던 로펌에 편의를 주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을 근절하기 위해 엄격한 보완장치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