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송중이던 둘에 의해 경찰과 기장은 살해되고 비행기는 난기류에 휩싸인 채 다른 비행기와 충돌,폭파될 위기에 처한다.
주인공(여승무원)은 사투 끝에 범인을 처치하고 자동항법장치가 망가진 비행기를 수동 조종,비상 착륙에 성공한다.'
'갑자기 쏟아진 우박과 낙뢰에 비행기 앞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레이더는 사라지고 조종석 앞 유리창은 깨졌다.
기체는 마구 요동치고 승객들은 공포에 떤다.
시야가 가려진 가운데 조종사는 수동(계기) 비행으로 전환,옆창을 통해 활주로를 보며 비상 착륙해 200명의 생명을 안전하게 구했다.'
앞의 것은 할리우드 영화 '터뷸런스'의 내용,뒤의 것은 며칠 전 국내에서 일어난 실제 상황이다.
영화 얘기야 영화니까 그런가보다 하지만 칼로 베어낸 듯 앞쪽이 없어져버린 아시아나 항공기의 모습은 아찔하고 기이한 정도를 넘어 그야말로 천우신조(天佑神助,하늘과 신령의 도움)가 따로 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비행기 사고를 유발하는 난기류(Turbulence)는 공기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으로 풍속과 풍향이 급변하는 현상이다.
맑은 날에도 공기주머니(Air pocket)라는 난기류 지역에 들어서면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건 물론 수십m씩 급강하할 수 있는데 이런 청천난류(晴天亂流)는 기상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아시아나 여객기가 대형참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비상착륙에 성공한 첫째 요인은 기장과 부기장의 침착한 대응과 뛰어난 조종술이었지만 관제소의 즉각적이고도 긴밀한 협조 또한 한몫 단단히 했다고 들린다.
위기 대응 내지 극복에 있어 침착함 및 관계자들과의 유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또 한가지.급박한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자동장치가 아닌 수동장치라는 사실은 사람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기계 중심의 디지털기기 만능시대에도 마지막엔 사람이 움직이는 아날로그 기기가 필요하다는 게 그렇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