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꽃 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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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처럼 꽃 이파리도 하늘을 난다
낮게 흐르는 꽃잎은 벌써 청자빛 하늘,
화문 하나를 찍고 있다
과목 아래를 걸어본 사람은 안다
환한 사과꽃 향기,이마나 등에 찍혀
저무는 한때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바람은 청동거울을 문지르듯
부조처럼 떠오르는
푸른 얼굴을 새긴다 자세히 보면
꽃 이파리 흩어진 뒤의 자화상,
과목 사이를 걸으며 낙화 분분한
한때를 추억하기도 한다
과일의 문양에 맞는 둥근 체적들,아마
희망의 한순간을 준비하고 있나보다
조급해지는 마음이 한 호흡을 앞서간다
그렇다,꽃은 벌써
진 자리에서 다시 피고 있다.
-여영현 '꽃 진 자리' 전문
꽃 지는 것을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
꽃이 지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 열매를 맺고 돌아오는 봄에 더 눈부신 모습으로 피어날 수도 없지 않겠는가.
지는 꽃을 보고 아쉬워하는 것은 우리의 이기심 때문일 지도 모른다.
어느날 기적처럼 피어났다가 때가 되면 어김없이 지기에 꽃은 더 아름답다.
환하게 피어 있던 장미꽃이 후끈한 여름 바람 속에 문득 시들어 가는 것을 봐도 이젠 안타까워하지 말자.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