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태 기자가 만난 투자고수] '잃지 않는 투자자' 박정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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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구 가치투자자문 사장(43)이 일하는 여의도 전경련 빌딩 6층 사무실에는 그 흔한 데스크톱 컴퓨터 한 대도 없다. 달랑 노트북 PC가 하나 있지만 이마저도 꺼져 있다. 가끔 관심종목의 주가를 확인하고 싶을 때 켜는 게 전부다. 대신 사무실 책상 위와 벽면에는 온통 상장사 사업보고서 파일로 가득차 있다. 보통 서너대 컴퓨터에 주식 시세판을 동시에 띄워놓고 분초를 다투며 머니게임을 벌이는 여느 펀드매니저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다.
그는 과거 삼성투신 등에서 펀드매니저로 지낼 때도 그랬지만 요즘도 사업보고서를 샅샅이 훑어보는 게 유일한 취미다. 더 궁금하면 해당기업을 방문한다. 분석대상인 250개 상장사의 지난 10년간 재무제표를 달달 외우고 다닐 정도다.
최근 주식시장의 급락 얘기부터 꺼내자 그는 한마디로 "시장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시장 움직임보다는 기업들이 어떤 스토리로 변해가고 있는지가 결국 주가를 움직이는 요소거든요. 단기간에 시장이 출렁거려 주가가 급변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오로지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를 반영하는 적정 가격에 있는지가 관심일 뿐이죠."
박 사장은 증권가에서 '지독한 보수주의자'로 통한다. 투자철학이 비슷한 가치투자자들도 '박정구'란 이름 석 자만 대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의 포트폴리오는 온통 따분한 주식들도 가득차 있으며 상당수 종목이 성장성 한계에 다다른 업종에 속해 가치주의자들조차 쳐다보기를 꺼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투자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그의 답변은 단호하다. "가령 보유자산이 1000억원인 종목의 PBR(주가순자산비율)가 0.2배라면 1000억원짜리 자산을 200억원에 산다는 것인데 이걸 왜 안 사죠?" 그는 대신 PBR가 낮다고 무조건 사야 되는 것은 아니고 지속적으로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업종이나 종목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한번 매수하는 종목은 '바닥에 강철판을 깔았다'고 할 정도로 주가가 잘 빠지지 않는다. 덕분에 그는 '잃지 않는 투자'의 진수를 보여주는 펀드매니저로 평가받는다. 2003년 가치투자자문을 설립한 후 지금까지 3년간 누적수익률은 무려 400%. 같은 기간 시장평균 수익률(80%)의 5배에 달하는 성과다.
박 사장의 잃지 않는 투자 비결은 무엇보다 미래수익보다는 과거를 보고 투자하는 데 있다. "2∼3년 전 증권사들이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종목 리포트를 가끔 뒤적여 보는데,지금 시점에서 주가를 맞춘 것은 채 10%도 안 됩니다. 10분의 1도 안 되는 확률에 베팅한 채 미래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죠. 그보다는 과거의 검증된 실적을 보인 종목 중 앞으로도 좋아질 주식을 적정한 가격에 사는 게 현명한 판단입니다."
종목을 선정할 때도 우선 위험요소부터 살핀다.
위험관리가 잘 돼 있는지를 살피고,그 가운데서도 PBR가 0.5배 미만인 종목,특히 자산이 많고 이익이 안정적이며,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을 선호한다.
그는 특히 자산가치를 으뜸으로 친다. 비록 그 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시장의 관심을 못 받더라도 자산이 많으면 믿고 투자한다. "시멘트나 기계,방직회사들은 성장성이 떨어져 투자매력이 없다고들 하지만 펀드매니저로 보낸 18년 동안 이들 업종이 사양산업이 아닌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매년 꾸준히 이익을 내면서 지금까지 버텨왔고,배당도 뒤지지 않으며 보유 자산가치도 다른 업종들에 비해 높습니다."
물론 박 사장에게도 아픈 경험은 있다. 롯데칠성 투자가 그런 사례다. 그는 2000년 롯데칠성을 주당 6만∼7만원에 샀다. 당시 PBR는 0.3배에 불과했다. 투자 1년 만에 주가가 20만∼30만원대로 뛰었고 PBR는 1배에 달했다. 그는 당연히 이익처분에 나섰다. 그러나 그 이후 롯데칠성 주가는 줄곧 수직상승,1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당시 PBR 수준이 부담스러워 팔았는데,미국계 조호(JOHO)펀드는 오히려 20만원대부터 사들이기 시작하더군요.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아니나 다를까 주가는 그후로 진짜 무섭게 시세를 내더군요." 그는 당시 경험을 통해 PBR는 보유자산의 북밸류(장부가치)가 아닌 실질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당시 롯데칠성 투자를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스스로가 적정가치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면 이익실현에 나서는 게 맞고,그보다 더 상승하더라도 내 몫은 아니라고 과감하게 접는 것도 잃지 않는 투자의 지름길이거든요."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그는 과거 삼성투신 등에서 펀드매니저로 지낼 때도 그랬지만 요즘도 사업보고서를 샅샅이 훑어보는 게 유일한 취미다. 더 궁금하면 해당기업을 방문한다. 분석대상인 250개 상장사의 지난 10년간 재무제표를 달달 외우고 다닐 정도다.
최근 주식시장의 급락 얘기부터 꺼내자 그는 한마디로 "시장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시장 움직임보다는 기업들이 어떤 스토리로 변해가고 있는지가 결국 주가를 움직이는 요소거든요. 단기간에 시장이 출렁거려 주가가 급변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오로지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를 반영하는 적정 가격에 있는지가 관심일 뿐이죠."
박 사장은 증권가에서 '지독한 보수주의자'로 통한다. 투자철학이 비슷한 가치투자자들도 '박정구'란 이름 석 자만 대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의 포트폴리오는 온통 따분한 주식들도 가득차 있으며 상당수 종목이 성장성 한계에 다다른 업종에 속해 가치주의자들조차 쳐다보기를 꺼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투자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그의 답변은 단호하다. "가령 보유자산이 1000억원인 종목의 PBR(주가순자산비율)가 0.2배라면 1000억원짜리 자산을 200억원에 산다는 것인데 이걸 왜 안 사죠?" 그는 대신 PBR가 낮다고 무조건 사야 되는 것은 아니고 지속적으로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업종이나 종목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한번 매수하는 종목은 '바닥에 강철판을 깔았다'고 할 정도로 주가가 잘 빠지지 않는다. 덕분에 그는 '잃지 않는 투자'의 진수를 보여주는 펀드매니저로 평가받는다. 2003년 가치투자자문을 설립한 후 지금까지 3년간 누적수익률은 무려 400%. 같은 기간 시장평균 수익률(80%)의 5배에 달하는 성과다.
박 사장의 잃지 않는 투자 비결은 무엇보다 미래수익보다는 과거를 보고 투자하는 데 있다. "2∼3년 전 증권사들이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종목 리포트를 가끔 뒤적여 보는데,지금 시점에서 주가를 맞춘 것은 채 10%도 안 됩니다. 10분의 1도 안 되는 확률에 베팅한 채 미래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죠. 그보다는 과거의 검증된 실적을 보인 종목 중 앞으로도 좋아질 주식을 적정한 가격에 사는 게 현명한 판단입니다."
종목을 선정할 때도 우선 위험요소부터 살핀다.
위험관리가 잘 돼 있는지를 살피고,그 가운데서도 PBR가 0.5배 미만인 종목,특히 자산이 많고 이익이 안정적이며,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을 선호한다.
그는 특히 자산가치를 으뜸으로 친다. 비록 그 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시장의 관심을 못 받더라도 자산이 많으면 믿고 투자한다. "시멘트나 기계,방직회사들은 성장성이 떨어져 투자매력이 없다고들 하지만 펀드매니저로 보낸 18년 동안 이들 업종이 사양산업이 아닌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매년 꾸준히 이익을 내면서 지금까지 버텨왔고,배당도 뒤지지 않으며 보유 자산가치도 다른 업종들에 비해 높습니다."
물론 박 사장에게도 아픈 경험은 있다. 롯데칠성 투자가 그런 사례다. 그는 2000년 롯데칠성을 주당 6만∼7만원에 샀다. 당시 PBR는 0.3배에 불과했다. 투자 1년 만에 주가가 20만∼30만원대로 뛰었고 PBR는 1배에 달했다. 그는 당연히 이익처분에 나섰다. 그러나 그 이후 롯데칠성 주가는 줄곧 수직상승,1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당시 PBR 수준이 부담스러워 팔았는데,미국계 조호(JOHO)펀드는 오히려 20만원대부터 사들이기 시작하더군요.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아니나 다를까 주가는 그후로 진짜 무섭게 시세를 내더군요." 그는 당시 경험을 통해 PBR는 보유자산의 북밸류(장부가치)가 아닌 실질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당시 롯데칠성 투자를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스스로가 적정가치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면 이익실현에 나서는 게 맞고,그보다 더 상승하더라도 내 몫은 아니라고 과감하게 접는 것도 잃지 않는 투자의 지름길이거든요."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