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건설산업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점하는 거대산업이다.

연간 80조원 이상의 국가시설 물량을 포함,약 150조원의 생산효과를 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8% 정도가 건설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규모의 대형화에도 불구하고 개개의 건설업체가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기업융자를 받는 일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건설산업은 개개의 공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용위험에 대한 금융지원도 필요로 한다.

이른바 수주산업으로서의 특성이 반영된 건설공사의 신용위험을 담보하는 금융상품으로 '건설보증'이 있다.

즉 건설보증은 개별 건설공사가 입찰로부터 준공을 거쳐 하자발생에 이르기까지 건설업자에게는 부족한 신용을 보완하고 발주자에게는 공사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위험을 담보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건설보증 상품은 현재 건설관련 공제조합과 서울보증보험,주택보증 등에서 취급하고 있다.

최근 건설보증시장을 손해보험사에 개방해 보증산업내 시장경쟁원리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정부 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다. 경쟁을 통해 보증기관의 심사기능을 향상시킴은 물론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내포된 듯하다. 문제는 현재의 보증시장에 손해보험사가 공급자로 참여할 경우 과연 정책당국의 취지처럼 시장개방의 효과가 실현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먼저 공급자들간 경쟁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이다.

재벌구도가 해체되고 개별기업별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21세기 무한 경쟁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한국적 현실에서 여전히 계열관계는 특수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특수관계는 달리 말해 거래상의 실질적 이점인 것이다.

공교롭게 우리나라의 메이저 손해보험사들은 특수관계에 있는 건설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보증시장을 손해보험사에 개방하겠다는 말은 특수관계에 있는 공급자(손보사)와 수요자(건설회사)로 하여금 적어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거래를 가능케 하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두 번째 건설산업 부실화에 대한 우려이다. 건설보증시장은 건설산업의 거울과 같아 건설산업의 규모,경기상태 등에 연동되는 유발산업적 특성이 있는 시장이다.

현재의 시장에서 약 30%에 해당하는 시장규모를 특수관계인을 고정고객으로 보유한 손해보험사가 차지한다고 할 때,나머지 시장은 계열 건설회사를 갖지 못한 손해보험사와 기존의 시장공급자들 간에 과당경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건설산업은 국민의 생활편익과 국가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우리나라의 중추산업이다.

'공정성을 상실한 채 외관만 갖춘 시장경쟁'으로 국가 기간산업을 부실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