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훈 < 증권연구원 연구위원 >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05 회계연도에 약 250억달러의 순영업수익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모건스탠리는 270억달러,메릴린치는 260억달러의 순영업수익을 기록해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다.

그런데 회사가 고용하고 있는 임직원의 수는 골드만삭스가 약 2만2000명으로,각각 약 5만3000명인 모건스탠리나 메릴린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골드만삭스의 임직원 1인당 순영업수익은 경쟁사의 두 배가 넘는 115만달러로 압도적인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이와 같은 탁월한 실적은 2006년에도 계속돼 1·4분기에는 무려 40%에 달하는 ROE를 기록했다.

지난 4월 말,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경쟁이 치열한 투자은행 업계에서 골드만삭스가 정상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분석한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가 지적하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골드만삭스의 특징은 과감한 위험의 부담이다.

즉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과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자를 연결하면서 회사(투자은행) 자신은 거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전통적인 형태의 투자은행업무에서 벗어나 점차 회사가 직접 자신의 자본을 투입해 위험을 부담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가 부담하게 된 위험의 관리,즉 위험을 여러 형태로 상품화해 운용하고 매각하는 기술에 있어서 골드만삭스는 탁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이 기사는 분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성공 및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의 증권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통합법의 제정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과연 충분한 규모의 투자은행업무 시장이 존재하는지,따라서 대형 금융투자회사가 등장할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사례는 금융투자회사의 활동 무대가 현존하는 시장뿐만이 아니고,끊임없는 모색과 개척을 통해 창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시장은 기존 시장의 업무에 새로운 수행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창출될 수도 있고,전혀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만들어 냄으로써 창출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장의 지속적인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 원동력은 인력의 역량이다.

자금 조달,위험의 분산 관리,자신의 선호에 맞는 투자 등 다양한 시장 참가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상품을 구상해 낼 수 있는 창의성과 상상력,그리고 그 구상을 실제 상품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치밀한 설계 능력을 가진 인력이 금융투자회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 동안 국내 증권회사들은 제한된 상품 정의,업무영역 등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시장의 지평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동시에 제도에 의해 정해진 시장 안에서 안주하면서 미래를 향한 역량 축적에 소홀했던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통합법이 계획대로 제정·시행된다면 그것은 증권업계에 전혀 새로운 제도적 패러다임이 도래하게 됨을 의미하며,시장 창출의 제도적 제약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국내 금융투자업의 도약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의 충족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업계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통합법에 의해 마련된 제도적 기반 위에서 스스로의 역량 제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계의 치열한 노력이 뒤따를 때에만 통합법은 그 소기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인력으로,금융투자업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업무에 대한 인력 수요는 크게 감소할 것이고 고도의 전문적 능력을 보유한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문인력의 양성은 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