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가 국제 금융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이제 단순히 금융시장의 등락에 영향을 미치는 차원을 넘어 거래소 간 합병까지 좌지우지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투자은행들 역시 '큰손' 고객인 헤지펀드를 모시기 위해 경쟁적으로 구애에 나서는 등 헤지펀드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세계 최대 증시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유럽 2위 증시인 유로넥스트 간 합병 합의 이면에는 뉴욕 소재 아티쿠스캐피털과 런던 소재 TCI라는 두 헤지펀드의 입김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NYSE와 유로넥스트는 물론 독일증권거래소의 주요 주주이기도 한 이들 헤지펀드가 '이른 시일 내에 NYSE와 독일증권거래소 중 한 곳과 합병하지 않으면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겠다"며 유로넥스트를 압박했다는 것.이들 헤지펀드는 지난해 독일증권거래소가 런던증권거래소(LSE) 인수를 시도했을 때는 '주주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독일증권거래소의 최고경영자(CEO)를 쫓아낸 '주주들의 반란'을 이끌기도 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근호에서 헤지펀드들의 거래 편의 향상이 NYSE와 유로넥스트 합병 이유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들이 애용하는 자동매매 시스템은 거래소 전산 시스템에 엄청난 부하를 가하는데 거래소 대형화를 통해 처리용량을 늘리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헤지펀드는 특히 미국 증권거래소 하루 거래량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큰손' 고객이어서 이 같은 헤지펀드의 요구를 거래소들이 외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투자은행들 역시 증권거래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수익이 줄어들자 헤지펀드를 상대로 한 원스톱 서비스인 '프라임 브로커리지'를 따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헤지펀드 거래에 대해 중개,결제,자금 대출,주식 대여 등의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이 투자은행의 주 수입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대형 투자은행에서 프라임 브로커리지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29% 증가한 52억달러에 달했으며 올해는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헤지펀드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자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대형 헤지펀드의 파산이나 군소 헤지펀드들의 연쇄 도산은 국제 금융시장에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루카스 파라데모스 ECB 부총재는 "헤지펀드에 대한 정보가 보다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