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1일 여당의 대참패 결과를 보고받고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 과제들을 충실히 최선을 다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정태호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이 말로만 판단하면 기존의 정책 방향과 기조,스타일에 즉각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고 작금의 상황으로 볼 때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성난 민심'은 기존의 방식에 분명히 염증을 보였고 좀 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표출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기존 정책을 추진하되 전제 조건으로 "선거 결과를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민심을 수용한다'거나 '겸허히 반성한다'는 식의 직접적인 '자성(自省)'의 말은 없다. 대신 참모들은 "이제부터 (선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개별 정책에 연계시켜 봐야 하지 않겠나"라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하고 있다.
청와대는 정책 과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을 것처럼 밝혔지만 어떤 형태로든 변화는 불가피해졌다.
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7명의 여당 후보가 전원 낙선하고 수도권·지방 할 것 없이 전국에서 골고루 대패한 상황에서 기존의 정책 내용과 방식은 설 자리를 갖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여당에 대고 "위기에 처했을 때 당의 참모습이 나오는 법이고 국민들은 그 모습을 오래 기억한다. 멀리 보고 준비하며 인내하는 지혜와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말한 부분은 '지금은 힘들지만 정책에 일관성을 가지고 밀어붙여 보자'는 의미로 해석돼 주목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