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성 한국재정·공공경제학회장(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은 30일 한국조세연구원이 발간한 '재정포럼'에 기고한 칼럼에서 "복지국가는 필요하지만 그 재원을 조성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자원배분의 비효율과 소득분배의 불공평이 아직도 만연한 우리 상황에서는 여전히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지만 과세기반이 협소하고 조세왜곡이 심하기 때문에 세금인상에 따른 조세비용이 생각보다 클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재정 지출구조의 비효율로 인해 세금 한 단위당 정부서비스의 질이 서구 복지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실정"이라며 "재정 규모를 좀 더 늘릴 유인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래 봤자 편익보다 비용만 초래할 위험도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동서고금을 통해 불명예스럽게 퇴출된 왕이나 정권을 보면 잘못된 조세정책이 화근이 된 예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잡으면 누구나 세금에 대한 유혹을 버리기 힘든 것 같다"며 "이는 세금을 거둬 쓸 생각만 하지 이것이 초래하는 비용에 대한 인식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큰 정부나 복지 국가를 추구했던 나라들조차도 높은 한계세율의 부작용과 자본의 국제이동에 따른 압박에는 두 손을 들었다"며 "복지국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 재원을 조성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