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6월27일부터 3박4일 동안 육로로 평양을 방문하기로 남북이 잠정 합의했다.

열차를 부분적으로라도 이용할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해 다음 주에 다시 논의키로 했다.

남북은 29일 개성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위한 2차 실무접촉을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다음 달 27일부터 (직항로가 아니라)육로를 이용해 평양을 방문한다는 데 의견 접근이 이뤄졌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방북 경로와 관련해 유동성이 있어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북단 규모는 우리측 대표단이 90여명을 제안했으나 교통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통일부는 "경추위 일정을 감안해 다음 주 중 개성에서 경로에 대한 남은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추위(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는 6월3~6일 제주도에서 열린다.

경추위는 당초 북한에 지원할 신발 등 경공업 원자재의 종류와 수량을 결정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었으나 북한이 지난 25일 열차 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취소함에 따라 열차 운행과 경공업 지원을 연계하는 협상이 될 전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열차 시험운행을 조속히 실시할 수 있도록 북측에 성의를 보일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통령의 육로 방북은 일단 성사됐으나 열차 이용 여부는 경추위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경추위에서 시험 운행의 새 날짜가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이전으로 잡혀야 열차 이용 가능성이 생긴다.

북한 군부가 우리측 군사당국이 서해 군사 분계선 재정립 협상에 호응해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열차 통행에 반대하고 있어 상황이 호의적이진 않다.

이날 개성 실무접촉에는 우리측에서 정 전 장관과 이관세 통일부 정책홍보실장,최경환 김 전 대통령 비서관,천해성 남북회담사무국 운영부장 등 4명이,북측에서도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4명이 각각 참여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