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선거책임론과 선거 후 당의 진로를 놓고 지도부 내에서 갈등을 빚는 등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대표적 친노직계로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는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가 28일 정동영 의장에게 "당을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당내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것.

당내 서열 3위의 최고위원이기도 한 김 후보는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도 책임질 줄 모르고,당을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 사사로이 농락하는 사람들은 정계개편을 말하기에 앞서 당을 떠나야 한다"며 "지방선거 투표일 전까지 스스로 거취를 분명히 표명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중앙당이 주도하고 있는 지금의 정계개편은 열린우리당의 미래가 아니며 극복해야 할 구태의 역사일 뿐"이라면서 "구시대 낡은 사고로 끊임없이 우리당의 창당 초심을 훼손하는 사람과 세력은 더 이상 우리당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전날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가 정 의장의 정계개편론을 "정치적 꼼수"라고 비판한 데 이어 김 후보까지 정 의장 사퇴를 공개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볼 때 친노계가 선거 후 노선투쟁을 겨냥해 전면전을 선언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선거 이후 호남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세력 대연합파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친노그룹이 당 분열을 불사한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탈당과 친노세력의 신당 창당 시나리오도 이 같은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 의장이 취임한 지 100일밖에 되지 않아 책임론의 명분이 약하고,대안이 마땅치 않아 상당기간 갈등이 표출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 후보의 사퇴 요구에 대해 정 의장측은 직접적인 대응은 피하면서도 불쾌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우상호 대변인은 "지금 이 시간에도 목이 쉬도록,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사력을 다하고 있는 지방선거 후보자,당원 지지자들이 있다"며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때"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김 후보도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의 일원인데 책임론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김 후보가 한 표라도 더 얻어보자는 당 지도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측근은 정 의장이 "노코멘트다. 마지막까지 선거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 의장측은 이날 김 후보의 기자회견을 만류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했다는 후문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