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자원국유화 현장을 가다] (1) 왜 자원 국유화인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19일 새벽 6시 베네수엘라 수도인 카라카스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안데스 산맥의 험한 산세가 온통 불빛이다.
산밑에서 산꼭대기까지 백열전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거대한 불빛의 행렬이 시내로 들어가는 40분 동안 끝이 없다.
아파트려니 했다.
그러나 너무 많다.
자세히 보니 불빛 사이를 헤집고 봉고버스가 다닌다.
무너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지지기반이 허약한 집들의 행렬이다.
이 곳 사람들이 말하는 '산사람들(빈민층)'이 거주하는 거대한 판자촌이다.
서울을 연상시킬 정도로 번듯한 카라카스 시내를 둘둘 감싸고 있는 판자촌과 산사람들.이들이 바로 '자원민족주의의 화신' 차베스 대통령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이들은 1987년 서민폭동을 일으켜 차베스의 쿠데타를 유발했다.
집권한 지 3년 만인 지난 2002년 '역(逆)쿠데타'로 실권한 차베스를 3일 만에 구해낸 장본인도 바로 이들이다.
이른바 혁명동지인 카롤 마르티네즈 카라카스시 기술조달국장(과학기술부 차관 내정자)은 당시의 상황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며 혁명의 정당성을 설파한다.
"그래도 외국기업의 지분을 뺏은 건 문제가 아니냐"고 묻자 "쌍방 합의와 정당한 보상을 통해 외국기업들의 지분을 사들인 것일 뿐 뺏었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어쨌든 외국기업들이 철수하면 손해 아니냐"고 되묻자 "32개 석유개발 광구를 운영하던 외국기업 중 2개를 제외한 30개사가 합의했다"며 "이는 아직도 벌어갈 돈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라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지난 1일 유전 및 가스전 국유화를 발표한 볼리비아.한발 더 나아가 광산 및 임업 국유화 방침을 밝히고 일부 토지를 몰수해 빈민층에게 분배하겠다고 나선 최초의 인디오출신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의 지지기반도 다름아닌 국민의 80%에 달하는 빈민들이다.
경제중심지 산타크루스 시내에서 불과 10여분 외곽으로 달렸을까.
시커멓게 절은 채 웃통을 벗어 제친 사람이 자동차를 가로 막는다.
"돈을 달라"는 그의 손에는 해어진 봉지 하나가 들려 있다.
바로 코카잎(마약인 코카인의 원료)을 담는 봉지다.
코카잎 한봉지를 살수 있는 2 볼리비아노(230원)를 얻는 게 이 사람의 목적이다.
코카잎은 이 나라에서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더위와 배고픔은 물론 피곤도 잊을 수 있다.
재배도,판매도 합법적인데다 값도 싸서 웬만한 아이들도 코카 잎을 씹고 다닌다.
아이들이 코카콜라와 함께 코카잎을 씹는 모습은 어쩌면 아이러니다.
볼리비아 출신 백인으로 외국계 기업인 'GTL볼리비아'부사장을 맡고 있는 루이스 카롤킨은 '10년 전인 1996년 유전민영화를 해 놓고 이제 와서 이를 내놓으라는 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부패했던 정권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민영화로 마련한 자금도,외국기업들이 낸 로열티도 모두 정권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오로지 자기들의 영화만을 위해 유전을 싼 값에 팔아 먹어 에너지 주권을 넘겨준 것이 자원국유화라는 심한 반발을 가져왔다."
결국은 절대다수에 달하는 빈민층 구제가 핵심이다.
이전 백인 정권은 이들을 나몰라라 한 채 자신들의 영화만 꾀했다.
신자유주의와 민영화의 바람을 타고 들어온 외국기업들도 기업의 논리에만 충실했다.
그러다보니 원주민이 절대다수인 빈민층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고, 이는 '비(非) 백인정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새 정권은 빈민구제를 위한 돈이 필요했고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자원국유화였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부작용이 생겨나고,자원국유화로 만들어진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카라카스(베네수엘라),산타크루스(볼리비아)=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산밑에서 산꼭대기까지 백열전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거대한 불빛의 행렬이 시내로 들어가는 40분 동안 끝이 없다.
아파트려니 했다.
그러나 너무 많다.
자세히 보니 불빛 사이를 헤집고 봉고버스가 다닌다.
무너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지지기반이 허약한 집들의 행렬이다.
이 곳 사람들이 말하는 '산사람들(빈민층)'이 거주하는 거대한 판자촌이다.
서울을 연상시킬 정도로 번듯한 카라카스 시내를 둘둘 감싸고 있는 판자촌과 산사람들.이들이 바로 '자원민족주의의 화신' 차베스 대통령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이들은 1987년 서민폭동을 일으켜 차베스의 쿠데타를 유발했다.
집권한 지 3년 만인 지난 2002년 '역(逆)쿠데타'로 실권한 차베스를 3일 만에 구해낸 장본인도 바로 이들이다.
이른바 혁명동지인 카롤 마르티네즈 카라카스시 기술조달국장(과학기술부 차관 내정자)은 당시의 상황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며 혁명의 정당성을 설파한다.
"그래도 외국기업의 지분을 뺏은 건 문제가 아니냐"고 묻자 "쌍방 합의와 정당한 보상을 통해 외국기업들의 지분을 사들인 것일 뿐 뺏었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어쨌든 외국기업들이 철수하면 손해 아니냐"고 되묻자 "32개 석유개발 광구를 운영하던 외국기업 중 2개를 제외한 30개사가 합의했다"며 "이는 아직도 벌어갈 돈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라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지난 1일 유전 및 가스전 국유화를 발표한 볼리비아.한발 더 나아가 광산 및 임업 국유화 방침을 밝히고 일부 토지를 몰수해 빈민층에게 분배하겠다고 나선 최초의 인디오출신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의 지지기반도 다름아닌 국민의 80%에 달하는 빈민들이다.
경제중심지 산타크루스 시내에서 불과 10여분 외곽으로 달렸을까.
시커멓게 절은 채 웃통을 벗어 제친 사람이 자동차를 가로 막는다.
"돈을 달라"는 그의 손에는 해어진 봉지 하나가 들려 있다.
바로 코카잎(마약인 코카인의 원료)을 담는 봉지다.
코카잎 한봉지를 살수 있는 2 볼리비아노(230원)를 얻는 게 이 사람의 목적이다.
코카잎은 이 나라에서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더위와 배고픔은 물론 피곤도 잊을 수 있다.
재배도,판매도 합법적인데다 값도 싸서 웬만한 아이들도 코카 잎을 씹고 다닌다.
아이들이 코카콜라와 함께 코카잎을 씹는 모습은 어쩌면 아이러니다.
볼리비아 출신 백인으로 외국계 기업인 'GTL볼리비아'부사장을 맡고 있는 루이스 카롤킨은 '10년 전인 1996년 유전민영화를 해 놓고 이제 와서 이를 내놓으라는 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부패했던 정권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민영화로 마련한 자금도,외국기업들이 낸 로열티도 모두 정권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오로지 자기들의 영화만을 위해 유전을 싼 값에 팔아 먹어 에너지 주권을 넘겨준 것이 자원국유화라는 심한 반발을 가져왔다."
결국은 절대다수에 달하는 빈민층 구제가 핵심이다.
이전 백인 정권은 이들을 나몰라라 한 채 자신들의 영화만 꾀했다.
신자유주의와 민영화의 바람을 타고 들어온 외국기업들도 기업의 논리에만 충실했다.
그러다보니 원주민이 절대다수인 빈민층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고, 이는 '비(非) 백인정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새 정권은 빈민구제를 위한 돈이 필요했고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자원국유화였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부작용이 생겨나고,자원국유화로 만들어진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카라카스(베네수엘라),산타크루스(볼리비아)=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