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버블(거품) 붕괴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와 경제관료들이 연일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을 '버블 세븐'으로 규정하고,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부터다.

시중에선 지금의 강남 집값이 '버블이냐' '아니냐'에서부터 집값 폭락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은 잇단 경고가 버블이 더 커지기 전에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구두경고는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잡히지 않은 데 따른 초조함을 보여줄 뿐이란 시각도 있다.

또 단순한 지방선거용 편가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 버블인가 >

정부가 강남 등지의 집값이 버블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강남 집값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고,그에 따라 강남 집값의 소득대비 비율과 전세가 대비 집값 비율 등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우선 단기 급등론을 보자.실제 2003년부터 올 3월까지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값은 52.5% 올랐다.

같은 기간 중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17.5%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23.6%에 비해 높다.

때문에 정부가 '버블 세븐'으로 규정한 7개 지역의 집값이 단기 급등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집값이 급등했다 해서 그것을 곧 버블로 규정할 수는 없다.

강남 집값이 유독 많이 오른 건 '강남의 차별화'로 이해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둘째,소득 대비 강남 집값 비율은 정부에서 가장 많이 드는 지표 근거다.

재정경제부는 작년 말 현재 강남 3구의 소득 대비 아파트값(PIR)은 18.9배로 전국의 5.3배에 비해 3배 이상 높다며 '버블'을 경고했다.

서울 지역의 PIR는 10.3배다.

강남 집값이 소득에 비해 너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기서 쓰인 '소득'이 전국 평균 소득이라는 게 맹점이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PIR를 계산할 때 집값은 강남 가격을 쓰고,소득은 전국 평균을 쓰는 건 문제"라며 "강남의 소득이 전국 평균보다 몇 배 높다면 강남 집값이 몇 배 높은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지목한 강남 분당 목동 등 '버블 세븐'지역의 아파트 수(63만5000가구)가 전국 아파트의 9%라는 점을 감안해 도시근로자 상위 10%의 소득을 기준으로 따지면 강남 3구 집값 PIR는 7.9배에 그친다.

마지막으로 강남의 전세가격 대비 집값이 2001년 1.6배에서 올해 2.4배로 크게 높아진 것도 버블의 근거로 제시된다.

이에 대해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전세가 대비 집값 비율이 단기에 크게 오른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론 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것으로 버블여부를 판단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 폭락할까 >

전문가들은 정부 말대로 강남 등지의 집값이 20~30% 폭락하는 건 두 가지 경우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우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경우다.

현재 연 5%대인 주택담보대출금리가 급상승하면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 사람들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나고,결국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아파트를 내다 팔기 시작하면 집값이 폭락한다.

또 하나는 정부의 각종 세금 중과가 약효를 발휘해 무거운 세금 때문에 역시 아파트를 내다파는 사람이 늘어 값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첫 번째 경우인 금리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경기회복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는 게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기 때문.한덕수 경제부총리도 "지금의 집값 버블은 국지적 현상이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 대응하는 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세금효과는 미지수다.

노무현 대통령은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보면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 폭탄은 지난해부터 예고됐던 것이다.

또 종부세를 피하기 위해 아파트를 팔면 무거운 양도소득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객관적 근거도 부족한 집값 버블론을 갑자기 들고 나온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며 "어쨌든 지금은 강남 집값이 거품이냐,아니냐를 논하기보다 왜 강남 집값의 상승 기대심리가 죽지 않는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병석·김동윤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