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자가치료 위해 담근 된장으로 年1억 매출 이원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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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덕분에 인생 후반기에 새로운 활로를 찾았습니다. 병마를 이겨내고 생활비까지 벌게 된 행운에 만족해야지요. 절대로 돈벌이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당나라에 반기를 들었던 주왕이 도망와 숨어있다가 죽었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경북 주왕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동쪽으로 30여분을 달리면 경북 청송군 부동면 속칭 얼음골이 나온다. 얼음골의 2차선 도로를 빠져나가 가파른 산길을 따라 100여m를 올라가면 '청송얼음골 황토메주된장마을'이라는 자그마한 상호간판이 서있다.
간판 뒤에 넓은 정원과 마당이 딸린 한옥이 자태를 드러낸다. 집의 뒤편에는 황토로 지은 메주간이 보이고 마당에는 수백개의 독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텁수룩한 수염의 주인 이원식씨(62)가 개들과 함께 반갑게 손님을 맞이 한다.
전통방식으로 메주와 청국장을 만들어 연간 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씨는 청송을 대표하는 농업벤처인으로 꼽힌다. 30년간 대구시 공무원으로 봉직하던 그의 인생 전환 계기는 암이었다.
"1995년 위암 판정을 받고 위를 3분의 2나 잘라내는 수술을 한 뒤에 예산 1계장에 복직했는데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고 월급받는 게 민망했습니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으면 자리를 내놓는 게 마땅하다는 소신에 명예퇴직을 선택했지만 암과 함께 얻은 '자포자기'라는 후유증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퇴직 후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며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데 몰두하던 그는 주왕산 자락에 정착하기로 마음먹는다.
1998년 부인 최옥순씨(54)와 함께 산동네로 들어온 이씨는 1200평의 밭을 사서 운동삼아 농사일을 시작했다. 채소 재배부터 시작한 그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위장병엔 청국장이 특효'라는 말을 듣고 직접 장을 담가보기로 했다. 이것이 그의 후반기 인생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왕 담그는 김에 명품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지요."
'장맛은 물맛에서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이씨는 지하 210m의 암반수를 퍼올려 옛 문헌을 참조해가면서 전통적인 청국장 제조법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이씨의 장맛에 온 동네 사람들이 반해버렸다.
'장은 으레 자가생산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동네 할머니들도 이씨 장맛을 본 다음에는 장 담그기를 포기할 정도로 이씨의 장은 일품이었다.
동네 사람들의 잇따른 권유에 용기를 얻은 이씨는 2000년부터 메주사업을 시작했다. '청송얼음골 황토메주된장마을'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입소문을 타고 대구에서도 주문이 들어오면서 연간 매출액이 1억원에 이르게 됐다.
"돈벌이만 생각하면 자동설비를 도입해야 겠지만 '장맛은 손맛'이란 생각에서 매출을 올리기보다는 전통적인 수작업을 고수하기로 했습니다."
청국장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난관도 없지 않았다. 품질 좋은 국산콩을 사는 게 힘들었다. 초기엔 구매 루트를 잘 몰라 비싸게 사기도 했다. 이씨의 메주가 동네를 대표하는 향토명품이 되면서 이씨에 대한 토착민들의 신뢰도 깊어져 지금은 영농회장과 새마을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3월엔 5000장의 메주로 장을 담그는 된장축제도 열었다. 이 행사는 외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매년 열기로 했다.
청송=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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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토식품 상품화 성공비결]
전통제조법 고수 판매는 인터넷만
이씨는 향토음식의 상품화에 성공한 비결을 3가지로 꼽는다.
첫번째는 전통방식 그대로 재래된장을 만들고, 아무리 비싸도 우리콩만을 사용하며, 오로지 사람 손으로 만들고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판매도 인터넷(www.imeju.com)과 전화주문(054-873-8430)만 이용한다.
전국 홈쇼핑과 백화점에 납품해 달라는 요청도 모두 거절했다.
유통업체를 이용할 경우 마진도 문제지만 돈을 벌고 싶은 욕심에 전통 방식을 포기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유통방식은 매출이 크게 불어나지않는 단점이 있지만 마니아 고객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고객과 직접 상담하고 생산자가 문제점을 바로 파악해서 제품생산에 즉시 반영하다보니 품질관리가 뛰어날 수 밖에 없다.
"제품의 배송은 주로 택배를 이용하지만 주문이 많으면 직접 차를 몰고 배달하기도 합니다."
이 사장의 얼음골 된장 마니아인 주부 배모씨(40·대구 수성4가)는 “가격은 좀 비싸지만 된장은 맛이 깊고 청국장도 품질이 좋아 애용한다”고 말했다.
요즘 이사장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국산콩값이 자꾸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두배나 올랐지만 주고객층이 공직에 있는 동료·후배들과 지인들이라 가격을 올리는 것이 쉽지가 않다.
마진이 줄어들어 고민이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는 생각에 참고있다.
당나라에 반기를 들었던 주왕이 도망와 숨어있다가 죽었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경북 주왕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동쪽으로 30여분을 달리면 경북 청송군 부동면 속칭 얼음골이 나온다. 얼음골의 2차선 도로를 빠져나가 가파른 산길을 따라 100여m를 올라가면 '청송얼음골 황토메주된장마을'이라는 자그마한 상호간판이 서있다.
간판 뒤에 넓은 정원과 마당이 딸린 한옥이 자태를 드러낸다. 집의 뒤편에는 황토로 지은 메주간이 보이고 마당에는 수백개의 독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텁수룩한 수염의 주인 이원식씨(62)가 개들과 함께 반갑게 손님을 맞이 한다.
전통방식으로 메주와 청국장을 만들어 연간 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씨는 청송을 대표하는 농업벤처인으로 꼽힌다. 30년간 대구시 공무원으로 봉직하던 그의 인생 전환 계기는 암이었다.
"1995년 위암 판정을 받고 위를 3분의 2나 잘라내는 수술을 한 뒤에 예산 1계장에 복직했는데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고 월급받는 게 민망했습니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으면 자리를 내놓는 게 마땅하다는 소신에 명예퇴직을 선택했지만 암과 함께 얻은 '자포자기'라는 후유증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퇴직 후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며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데 몰두하던 그는 주왕산 자락에 정착하기로 마음먹는다.
1998년 부인 최옥순씨(54)와 함께 산동네로 들어온 이씨는 1200평의 밭을 사서 운동삼아 농사일을 시작했다. 채소 재배부터 시작한 그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위장병엔 청국장이 특효'라는 말을 듣고 직접 장을 담가보기로 했다. 이것이 그의 후반기 인생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왕 담그는 김에 명품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지요."
'장맛은 물맛에서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이씨는 지하 210m의 암반수를 퍼올려 옛 문헌을 참조해가면서 전통적인 청국장 제조법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이씨의 장맛에 온 동네 사람들이 반해버렸다.
'장은 으레 자가생산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동네 할머니들도 이씨 장맛을 본 다음에는 장 담그기를 포기할 정도로 이씨의 장은 일품이었다.
동네 사람들의 잇따른 권유에 용기를 얻은 이씨는 2000년부터 메주사업을 시작했다. '청송얼음골 황토메주된장마을'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입소문을 타고 대구에서도 주문이 들어오면서 연간 매출액이 1억원에 이르게 됐다.
"돈벌이만 생각하면 자동설비를 도입해야 겠지만 '장맛은 손맛'이란 생각에서 매출을 올리기보다는 전통적인 수작업을 고수하기로 했습니다."
청국장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난관도 없지 않았다. 품질 좋은 국산콩을 사는 게 힘들었다. 초기엔 구매 루트를 잘 몰라 비싸게 사기도 했다. 이씨의 메주가 동네를 대표하는 향토명품이 되면서 이씨에 대한 토착민들의 신뢰도 깊어져 지금은 영농회장과 새마을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3월엔 5000장의 메주로 장을 담그는 된장축제도 열었다. 이 행사는 외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매년 열기로 했다.
청송=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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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토식품 상품화 성공비결]
전통제조법 고수 판매는 인터넷만
이씨는 향토음식의 상품화에 성공한 비결을 3가지로 꼽는다.
첫번째는 전통방식 그대로 재래된장을 만들고, 아무리 비싸도 우리콩만을 사용하며, 오로지 사람 손으로 만들고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판매도 인터넷(www.imeju.com)과 전화주문(054-873-8430)만 이용한다.
전국 홈쇼핑과 백화점에 납품해 달라는 요청도 모두 거절했다.
유통업체를 이용할 경우 마진도 문제지만 돈을 벌고 싶은 욕심에 전통 방식을 포기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유통방식은 매출이 크게 불어나지않는 단점이 있지만 마니아 고객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고객과 직접 상담하고 생산자가 문제점을 바로 파악해서 제품생산에 즉시 반영하다보니 품질관리가 뛰어날 수 밖에 없다.
"제품의 배송은 주로 택배를 이용하지만 주문이 많으면 직접 차를 몰고 배달하기도 합니다."
이 사장의 얼음골 된장 마니아인 주부 배모씨(40·대구 수성4가)는 “가격은 좀 비싸지만 된장은 맛이 깊고 청국장도 품질이 좋아 애용한다”고 말했다.
요즘 이사장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국산콩값이 자꾸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두배나 올랐지만 주고객층이 공직에 있는 동료·후배들과 지인들이라 가격을 올리는 것이 쉽지가 않다.
마진이 줄어들어 고민이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는 생각에 참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