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의 한국까르푸 인수 후 유통분야 운영 전략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이랜드는 16일 서울 렉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부의 추측과 달리 까르푸 32개 점포 가운데 일부 점포 매각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까르푸 인수를 계기로 유통부문을 강화해 2010년까지 아울렛과 할인점 등 대형 유통 점포망을 12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랜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접수했으며,한두 달의 심사과정과 잔금 지급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 모든 절차가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까르푸 인수를 진두지휘해온 권순문 이랜드개발 대표이사는 "올해 안으로 인수한 32개 점포의 리뉴얼링을 마치고 영업에 들어가면 내년에는 매출 3조원에 영업이익률을 6%대로 끌어올릴 수 있고,1800억원의 이익이 생겨 금융비용 부담 문제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최근 경매에 부쳐진 분당 야탑점 재확보 실패 가능성과 그 이후 가격 재협상 과정이 순탄할지,금융비융 부담을 덜기 위한 향후 기존 점포 매각 가능성이 정말 없는지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일부 점포 매각없다?

이날 까르푸 점포의 재매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랜드측은 "지금으로선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거듭 밝혔다.

금융비용 부담 때문에 매각에 나선다면 인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점포를 매각 후 다시 임대해 사용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가능성은 열어놓아 주목된다.

권 대표는 "현재 까르푸 점포들은 당장 내놓으면 제값을 받을 수 없다"며 "앞으로 유통업계 M&A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때가 되면 이런 방식을 통해 실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 경우에도 매장 운영은 지속하는 만큼,유통업계 일각에 나도는 것처럼 경쟁 업체에 매장을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야탑점 놓칠 경우 인수가격 재조정은 어떻게?

이랜드는 한국까르푸 32개 점포 가운데 대표적인 알짜 점포인 야탑점의 가치를 '감정가 수준인 570억원'으로 평가하고,까르푸가 경매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서에 32개 점포를 인수하기로 명시돼 있는 만큼 까르푸가 재낙찰받아 건네주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신세계 삼성테스코 롯데 등 경쟁 업체들이 야탑점 경매에 참여할 뜻을 밝히고 있어 이랜드의 바람대로 경매가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최악의 경우 야탑점 인수를 포기하더라도 까르푸측과 인수가격을 재조정하면 문제될 게 없다"며 "지난달 체결한 인수계약서에는 이 부분에 대한 조항도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측은 그러나 야탑점 인수 실패 후 인수가격 조정폭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인수비용 해결 정말 문제없나

이랜드는 한국까르푸 인수에 따라 앞으로 금융비용이 2년간은 연 650억원,이후는 연 900억원 안팎씩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까르푸 32개 점포의 리뉴얼링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정상 영업에 들어가면 현재 바닥 상태인 까르푸의 매출을 3조원대로,영업이익은 6%로 끌어올릴 수 있어 금융비용 충당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현재 이랜드의 부채 규모는 한국까르푸 매장을 담보로 한 8000억원(국민+우리은행)과 이랜드의 신용에 근거한 후순위채 3400여억원 등 총 1조여원 규모다.

나머지 5700억원은 이랜드(3000억원),재무적 투자자(2700억원) 등 주주 출자분으로 이자 부담이 없는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는 최근 외국계 은행에서도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참여를 제안해오고 있어 현재 3명의 재무적 투자자를 5~6명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동민·박동휘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