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밤부터 브라질 상파울루 주 위성도시에서 시작된 대형 범죄조직의 경찰서 공격 및 교도소 연쇄 폭동은 순식간에 상파울루 주 전체를 공포에 빠트렸다.

사건 발생 나흘만에 경찰관을 포함해 사망자 수가 90명에 육박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면서 브라질 정부가 군병력 동원을 적극 검토하는 등 준전시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범죄조직은 상파울루 주를 주요 활동무대로 하는 '제1 도시군사령부'(PCC). 지난 1993년 상파울루 시 인근 타우바테 시에 위치한 한 교도소에서 결성된 이 조직은 2001년 3만여명의 수감자와 가족들이 단 하루 만에 28개 교도소를 장악하는 소요 사태를 주도하면서 유명해졌다.

이번 경찰서 공격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PCC는 군병력에 버금가는 막강한 화력까지 갖추고 있어 브라질 경찰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상파울루 주정부가 15일 밝힌 것처럼, 3주 전부터 PCC의 공격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경찰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조직력과 무장력 때문이었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브라질 경찰이 이미 체포된 765명의 PCC 조직원들을 경비가 삼엄한 상파울루 주내 다른 교도소로 이감한데 대한 보복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열악한 교도소 환경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브라질의 교도소 환경은 미국 국무부가 발표하는 인권보고서에서도 빼놓지 않고 언급될 정도로 최악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벌어진 교도소 폭동도 대부분 수용 규모를 2~3배씩 초과하는 수감자 문제와 교도관 및 경찰의 가혹행위 등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PCC의 두목으로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마르콜라(본명 마르코스 윌리안스 에르바스 카마초)를 비롯한 PCC 조직원들도 곱게 대했을리가 없다.

이 때문에 마르콜라는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 간부들을 차례로 살해할 것"이라는 위협을 가하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CC 조직원들이 대규모로 경찰서를 공격한 것도 마르콜라 등 조직원들을 구출하기 위한 것이며, 경찰과 교정당국이 조직원들을 다른 교도소로 옮기자 이에 반발해 공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PCC가 경찰서 공격 외에도 80여개 교도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동을 주동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허술한 교도행정과 관리들의 부패 문제를 짚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지적되고도 고쳐지지 않는 교도소 관행 가운데 하나가 수감자들에게 휴대전화를 이용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점이다.

범죄조직원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수감된 상태에서도 주민 납치, 마약 및 총기 밀거래, 은행강도 등 각종 범죄행위를 버젓이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교도관들의 부패도 한몫을 하고 있다.

경찰 및 교도소 관리들의 부패는 브라질에서 이미 한계수위를 넘고 있다.

최근 브라질 연방경찰 정보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리우 데 자네이루 시의 경우 마약밀매조직 300여개 빈민가 가운데 96%를 장악하고 있으며, 전.현직 경찰관과 군인 및 소방대원까지 마약조직과 긴밀하게 관련돼 있어 정부의 단속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PCC가 초기에 경찰서를 공격할 때 경찰이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는 경찰 내부 인사의 PCC 연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이번 사건이 진정되면 또 다시 부패 문제가 거론되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브라질 정부의 치안 관련 예산 삭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치안 전문가들과 일선 경찰들은 "연방정부가 지난해 각 주정부에 전달한 예산은 2억7천580만 헤알(약 1억 3천만 달러)로 2004년에 비해 28%가 줄어들었다"면서 연방정부의 치안 예산 삭감 조치가 이번과 같은 재앙을 불러왔다고 정부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터뜨리고 있다.

이는 결국 치안 수요가 많은 상파울루와 리우 데 자네이루, 브라질리아 등 대도시의 치안공백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치안불안은 사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른다"는 말이 가장 적당한 표현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심각한 빈부격차 확산에 따른 범죄율 증가와 정부 관리들의 부패, 정부의 치안대책 소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지금 상파울루 주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