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전증에 시달리면서도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시인 정규화씨(57)가 신작 시집 '오래된 변명'(신생)을 펴냈다.

시집에는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안타까움과 그리움의 정서가 간절하면서도 짙게 배어있다.

'너의 볼을 타고 내리던/두 줄기 눈물,/그러나 나는 그것을 믿지 않았고/너를 원망하지도 않았다/아직도 나는/그리워하고 있다/네가 남긴 상처는 더 깊어가지만.' ('옛 사람을 위하여' 중)

시인의 그리움은 대상을 곧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이어진다.

'목소리만 들어도/좋다/얼굴을 보는 날은/더욱 좋다/남새밭 버드나무 끝에/둥지 틀고 사는/까치/깃털만 날려도/반가운 손님이 올 것 같다.' ('까치' 전문)

정씨는 시인이 된 것에 대해 "내가 선택한 방법이며 길이기에 서툴지만 확실하게 가고 있다"고 꿋꿋하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시인도 갈대와 같거늘/바람이 아니더라도/움츠려야 할 일 너무 많다,아직까지/갈대는 자신을 가누지 못하는데,아/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중)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