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들이 연간 수백조원씩 벌고 있는 오일 머니는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는 중동 산유국들은 외국 상품 수입에 돈을 흥청망청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특히 유가가 급등한 후 다 써버리기엔 너무 많은 자금이 쌓였다.

중동 오일 머니의 위력과 흐름을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UAE의 정부 자산 운용 회사인 아디아(ADIA·아부다비투자공사)를 해부해보는 것이다.

GCC 중 2위 석유 수출 대국인 UAE에는 총 5000억달러의 석유 수출 자금이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돈을 굴리는 총책이 아디아다.

아디아는 한번도 자산을 공개한 적이 없지만 지난 한햇동안에만 300억달러가 새로 유입돼 일본중앙은행 다음으로 자산이 많은 기관투자가로 알려져 있다.

이 기관의 펀드 매니저 중 한 명인 사이드 무바라크 알 하제리는 최근 투자 전문 잡지 유로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자금의 50~60%를 주식에,20~25%를 채권에,5~8%는 부동산,5~10%는 사모펀드에,5~10%는 기타 자산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아디아는 최근 몇 년 사이 투자 패턴을 바꿔 미국 채권에서 돈을 빼 신흥시장 증시로 상당액을 옮겼다.

아디아 주식 투자액의 14%가 신흥시장 증시에 들어 있다.

아디아의 또 다른 변화는 지금까지 70~80%였던 해외비중을 60%대로 낮추고 나머지를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아디아가 투자 패턴을 바꾸면서 UAE에 대대적인 기간산업 투자가 시작된 것이다.

UAE는 자산이 불어나면서 외국기업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주체는 3년 전 아부다비 왕세자가 만든 무바달라다. 최근 유럽 최대 자동차 리스회사인 리스 플랜의 지분 25%와 페라리자동차 지분 5%를 인수했다. 또 한 축인 국제석유투자회사(IPIC)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70%를 갖고 있다.

아부다비에서 만난 왕실 공보관 사이먼 피어스는 "무바달라의 목표는 수익성과 아부다비를 위한 가치 창출"이라며 "지난 3년 새 자산이 4배 이상 불었다"고 말했다.

UAE보다 3~4배 많은 석유를 수출하고 있는 사우디를 포함,다른 GCC 국가들이 어떻게 오일 머니를 굴리는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다만 중동에서 가장 개방적인 두바이와 이 지역과 역사적으로 가까운 영국의 부동산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바이정부는 두바이 투자자금의 65%가 중동 내부에서 들어왔다고 밝혔다.

영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에 들어온 돈 중 11%에 달하는 13억파운드(2조3000억원)가 중동에서 나왔다.

아부다비(UAE)=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