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표류해 온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단국대 부지 개발사업이 정상화되기 위한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

개발 사업의 키를 쥐고 있는 2개 대출 채권 중 1개인 예금보험공사 보유 채권이 부동산 개발업체(디벨로퍼)에 최종 낙찰됐기 때문이다.

예보는 11일 보유 중인 '단국대 한남동 부지 관련 채권' 공개매각 결과 1445억원을 써낸 휘트니스서비스인터내셔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휘트니스는 부동산 디벨로퍼인 한호건설의 자회사다.

휘트니스 관계자는 "주요 채권 2개 중 하나인 자산관리공사(캠코) 보유 채권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2개 채권을 인수해 한남동 부지를 고급주택 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연면적 4만652평에 달하는 단국대 부지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서울의 노른자위 땅이다.

○10년 표류한 금싸라기 땅

단국대 부지 개발사업은 1996년 시행사인 세경진흥의 주도로 아파트 건립을 위해 본격 추진됐다가 이 일대가 고도제한 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사업이 무산됐다.

특히 98년 외환위기 때 세경진흥과 공동 시공사인 기산건설 극동건설,신탁회사인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이 모두 부도 나 채권·채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혔다.

세경진흥은 땅값으로 단국대에 1200억원을 지급했고 단국대는 신탁회사인 한부신을 수탁자로 부동산처분신탁(명의 이전)을 들었다.

세경진흥은 땅값 마련을 위해 신한종합금융으로부터 856억원의 어음할인 대출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신한종금은 한부신이 발행한 부동산처분신탁 수익권 증서 2개 중 1개를 담보로 받았다.

그러나 신한종금이 1998년 파산함에 따라 예보가 이 채권을 관리하게 됐고 이번에 매각이 이뤄졌다.

○캠코 소유 채권 인수가 관건

한부신이 발행한 또 하나의 수익권 증서는 세경진흥이 삼삼종금으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소유권을 넘겼고 이후 캠코가 부실 채권기관이 된 삼삼종금으로부터 인수해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채권은 예보 채권과 달리 권리 확보가 안 돼 공매가 어렵다는 점이다.

캠코 관계자는 "권리 확보가 안 된 채권은 공매했다가 나중에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며 "현재로선 단국대가 세경진흥으로부터 받은 땅값을 반환하고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예보 채권을 단국대가 아닌 제3자가 인수했기 때문에 개발 사업은 앞으로 더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휘트니스측은 단국대와 캠코 채권 인수를 포함한 개발 문제를 협의 중이다.

그러나 복잡한 채권·채무관계 때문에 인수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최근 한남동 부지에 570~600가구 규모의 고급 빌라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금호건설이 예보 채권 입찰에 응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복잡한 권리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