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는 중년에게 묘한 자극을 불러일으킨다. 비가 연출하는 분위기는 과거회귀적이다. 빗소리와 함께 흘러간 팝뮤직이라도 흐르면 분위기는 잡히게 돼있다. 과거-젊은 날의 초상은 중년을 늘 흥분시킨다.

실제로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언제 가장 섹스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비 오는 날"이라는 답변이 70%에 달했다. 그래서 사랑을 그린 수많은 영화,소설에서 주인공을 그렇게 안타깝게 하던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날은 영낙없이 비 오는 날이다.

남자 주인공은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그 여자의 집 앞에서 기다린다. 비를 쫄딱 맞고 오들오들 떨며 서있는 그의 모습에 여자는 매료된다. '남과 여'는 작은 우산 하나를 같이 쓰고 걷다가 어깨가 닿고 그리고 입술이 닿는다.

비의 마술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된다. 성의학자들은 비오는 날의 정자 수가 햇볕이 쨍쨍한 날보다 훨씬 많고 활동성도 월등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비 자체가 정자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선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비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섹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추론하고 있다.

남자의 몸이 이럴진데 훨씬 예민한 여성의 몸이야 오죽할까? 여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변화는 물론 눈,비,안개,이슬,보름달이냐 초승달이냐에 따라서도 생리적으로 차이를 드러낸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몸이 달아오르면 임신확률이 높아지고 오르가슴 성공률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이제 가정의 달 5월이다. 하지만 중년들은 노친네처럼 어버이 대접 받는 것은 어색하고 그렇다고 손잡고 놀이공원에 데려갈 꼬마들도 없다. 중년들은 서로에게 눈을 돌립시다. 봄날에 비가 오면 몸은 그것을 원하는데 당신의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게 문제입니다.

남자는 하루쯤 골프를 쉬고 여자는 찜질방 가는 대신 주말 오후 오붓하게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가보세요.

30년 전 초등학교 소풍 길에서 본 후 과외하고 대학 진학하고 결혼하고 애키우고 아파트 평수 늘리느라 오랫동안 까맣게 잊었던 연두색 산천이 눈부시게 와닿을 것입니다.

차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카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팝송이 절묘한 화음을 이루면 아직 못다한 중년의 정열이 거짓말처럼 되살아 날 겁니다.

드라이브를 하다가 산모퉁이 한적한 외길에 차를 세우세요. 차에서 내려 빗속에서 '나 잡아봐라' 놀이를 해봐요. 빗속에서 옷이 몸에 착 달라붙을 겁니다. 부슬부슬 내리던 봄비가 장마처럼 쏟아부으면 곧장 차 속에 들어가 젖은 옷을 벗어 던져요.

이제 용기를 낼 시간입니다. 중년이라고 못할 까닭이 있나요? 카섹스가 신세대의 전유물은 아니지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외국사람들처럼 카섹스를 즐긴다는데…,밤이면 한강 고수부지에 좋은(?) 자리 맡기가 그렇게 어렵다던데…." 속으로 부러워만 하지말고 모처럼 비 오는 봄날,용기를 내보세요.

"아니 좁아터진 차안에서 무슨 짓이야?"

여자가 이런 반응을 보일 것 같아요? 천만에요. 정반대일겁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바로 그거구나…,진작에 하자고 그럴 것이지… ㅎㅎㅎ." 당신 여자의 요염한 웃음소리가 들리지않으세요?

비가 오지 않는다고요? 당장 차 시동켜고 드라이브를 떠나보세요. 부처님이 오시면서 비도 뿌려주실 거예요.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