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기업 숫자는 2000년 500여개사에서 비약적으로 증가,지난해에는 820개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건설·플랜트 업체들로 아프리카 각국이 발주하는 대형 프로젝트 건설사업을 싹쓸이하고 있다.

통신 가전 자동차 등 한국이 탄탄한 기반을 자랑하던 분야도 시장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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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로사업은 포기해야

알제리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주택 200만가구 건설사업은 중국의 독차지다.

터키 등 일부 인근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시공사는 대부분 중국 기업들이다.

알제리에서 근무 중인 중국국영건축총공사(CSCC) 직원만 1000명,일반 노무자는 10만명을 넘을 정도다.

대우건설 리비아 지사의 유철호 과장은 "단가를 맞추지 못해 주택이나 도로 입찰은 아예 참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 주택 등 인프라 건설사업에서 한국이 중국에 밀려나는 이유는 원가 경쟁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알제리 정부가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주택 200만가구 건설사업 입찰에서 중국 업체가 제시하는 평방미터의 시공 가격은 2만6000DA(디나 알제리·361달러).반면 한국 업체의 손익 분기점은 4만4000DA(611달러)로 1.7배에 달한다.

리비아가 올해부터 5년간 160억LD(리비아 디나·120억달러)를 투입키로 결정한 31만5000가구의 주택 건설사업도 마찬가지다.

중국 업체의 입찰가는 275LD(211달러)이지만 한국은 700LD(538달러)는 돼야 원가를 맞출 수 있다.

현지 국내 기업인들은 "한국을 건설왕국으로 보는 건 옛말"이라며 "아프리카 전역이 중국 기업의 판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통신시장도 속수무책

리비아 정부가 지난해 발주한 이동통신 시스템 입찰은 중국의 후와이가 가져갔다.

당시 입찰에 참가했던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의 가격정책이라는 게 스웨덴 에릭슨의 반값에 낸다는 것"이었다며 "중국 정부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숫자"라고 말했다.

알제리 등지에서 SK텔레콤과 KT가 한때 통신사업 진출을 검토했지만 포기한 것도 중국의 저가 입찰과 유럽 업체의 틈바구니에서 실패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ZTE사가 리비아 이동통신 사업을 4200만달러에 수주하는 등 미래 시장에 대한 선점을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자동차·전자는 일본,중국 추격

연간 60만대 규모로 아프리카 최대 신차 시장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현대차는 지난달 처음으로 판매 1위 자리를 도요타에 내줬다.

원화 강세로 주력 차종인 엑센트의 가격을 10% 이상 1100달러 올린 반면 도요타는 경쟁 모델 야리스(Yaris)의 판매가격을 대폭 내리고 모든 옵션을 기본 사양으로 지정한 '타깃 모델'을 선보인 결과다.

국내 업체가 탄탄한 기반을 확보한 가전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가 호시탐탐 빈틈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삼성전자 알제리 지사의 경우 지난해 중국산 에어컨의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휴대폰 매출 급증에도 불구,전체 매출이 500만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대표적 가전업체 하이얼은 지난해 삼성의 콤프레서를 공급받아 에어컨을 만든 뒤 완제품 박스에 버젓이 삼성 로고를 찍어 알제리 시장에 내놓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고규석 KOTRA 카이로 무역관장은 "하이얼 외에 갈란츠 TCL 등 중국 가전업체가 4년 전부터 물량 공급을 시작했고 최고 인기품목이었던 위성방송수신기(셋톱박스)는 저가 중국산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알제(알제리)·트리폴리(리비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