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오전 8시 뉴저지주에서 뉴욕시내로 넘어가는 길목인 팰리세이드 파크웨이에 있는 주유소.한창 출근시간인데도 기름을 넣기 위한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뉴저지주는 유류세율이 6.0%로 뉴욕주의 8.5%보다 낮다.

당연히 휘발유값도 싸다.

그러니 뉴저지주에서 기름을 가득 채우려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지금 '휘발유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휘발유값은 민심의 향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미국의 휘발유값은 현재 갤런당 3달러(보통유 기준)를 넘나든다.

뉴욕과 뉴저지 등 웬만한 지역은 3달러를 넘었다.

캘리포니아 등에선 3.5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휘발유값 3달러는 '인내의 임계점'으로 얘기된다.

더욱이 원유값은 작년 말에 비해 21% 오른데 비해 휘발유값은 37%나 뛰었다.

쏘나타 같은 중형차에 기름을 가득 넣으면 50달러를 훌쩍 넘어간다.

민심이 흉흉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관심도 온통 휘발유값 대책에 쏠려 있다.

얼마전까지 핫이슈였던 이민법 문제는 쑥 들어갔다.

민주당은 휘발유값 폭등은 석유회사들의 가격담합 때문이라며 '연방 유류세를 잠정 폐지하는 대신 석유회사들에 초과이득세(일명 횡재세)를 부과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당황한 공화당은 소득이 적은 1000만명에게 100달러씩의 기름값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슬그머니 발을 뺐다.

백악관도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급락하는 것을 보면서도 '전략유 비축 중단'이외의 뾰족한 대책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정치권의 이 같은 다급함은 다분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의 관심사인 휘발유값 안정을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미 정치권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오로지 정파적 이익을 위해 구태와 몸싸움을 일삼는 한국의 정치권이 새삼스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