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단행된 청와대 비서실 고위급 인사의 특징은 외부 전문가나 명망가,정치권 인사가 기용되지 않고 내부의 기존 참모가 전진 배치됐다는 점이다. 현 정부 청와대 조직의 핵심격인 시민사회-민정-인사수석이 모두 기존 비서관 중에서 발탁돼 한 등급 위인 수석으로 감투만 크게 바꿔 썼다.

이에 따라 차관급인 10명의 수석·보좌관 중 40대가 4명으로 늘었다. 과기보좌관에 신소재공학을 전공한 여성 교수가 발탁된 것이 유일한 외부 전문가 기용이다.

신임 수석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노무현 대통령과 크고 작은 인연을 가진 점이 관심을 끈다. 이정호 시민사회수석은 제도개선비서관에서 승진했으며,노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이광재 의원의 손위 처남이다. 그는 최근 1년 새 동북아시대위원회 비서관에서 제도개선비서관으로 옮겼다가 수석으로 중용됐다.

민정비서관에서 승진한 전해철 민정수석은 민변활동에다 역시 노 대통령의 오랜 측근 인사로 꼽히는 안희정씨의 변호인으로 활동해 주목을 끈 적이 있다.

박남춘 인사수석은 노 대통령의 해양부 장관 시절 총무과장으로 일했고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인사제도비서관,인사관리비서관을 두루 거쳐 인사수석에 올랐다. 차의환 혁신관리수석은 노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기동창이다.

측근 인사들의 중용이라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는 "인사는 해당 보직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고 그 자리에 어떤 인물이 맞느냐에 따라 이뤄진다"고 강조하지만 "인재풀이 너무 한정적으로 운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정태호 대변인도 "(집권) 4년차를 맞아 그간 추진해온 정책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마무리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국정 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로 내부 인사를 승진 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무적으로 '인사=호남,민정=영남'이라는 기준이 깨진 점도 이색적이다. 그간 이런 기조에서 호남 출신의 정찬용-김완기 전 수석이 인재를 발굴해 추천하는 업무를 맡았고,문재인-박정규 전 수석은 후보에 오른 인사들을 검증해왔었다.

전체적으로 정치색이 배제된 '실무형'으로 비서실이 바뀌면서 직제상 선임인 시민사회수석은 역할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정 대변인은 "개별 사안에 대한 접근보다 우리 사회가 발전해 가는 방향에서 시민사회와 정책적으로 어떻게 호흡을 맞춰 나갈 것인지에 대해 대통령이 고심했고,이정호 시민사회수석에게 그런 역할을 해달라고 특별히 주문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교류하는 것에 무게를 두기보다 그들과 정책을 놓고 토론해 소통하겠다는 얘기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