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과 고유가 등의 여파로 하반기 경기가 크게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상반기 경기는 기대했던 것보다 괜찮지만 하반기에는 경기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현상이 뚜렷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 기준) 전망치를 종전 4.2%에서 4.0%로 하향 조정한다고 2일 발표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이날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하반기에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들도 경기악화에 대비해줄 것을 주문했다.


하반기 어두워지는 경기전망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4.7%로 유지했다.

그러나 내용은 상당히 달라졌다.

LG연구원은 당초 '상반기 5.3%,하반기 4.2% 성장'을 예상했으나,이번에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면서 '거의 지나간' 상반기 수치는 올리는 대신 하반기 전망치를 낮췄다.

상반기엔 5.6% 성장했다가 하반기에는 4.0%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무려 1.6%포인트나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신민영 연구위원은 "환율 급락과 고유가 등의 여파가 하반기에 클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경상수지 흑자를 174억달러로 전망했으나 이번에 37억달러 흑자로 크게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도 당초 4.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4% 이하(3.9%)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LG연구원은 올해 환율을 상반기 1005원,하반기 975원으로 전망(연평균 990원)했다가 이번에 상반기 960원,하반기 930원(연평균 945원)으로 대폭 낮췄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10원 정도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나마 세계경제가 아직까지는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어 하반기 국내경기 침체가 상대적으로 짧게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 것은 위안으로 삼을 만한 대목이다.


미국 경기둔화도 경기에 악영향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경기조절 움직임에 이어 미국 경기마저 하락할 경우 수출기업들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삼성연구소는 '2006년 미국 경기 하강 가능성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는 올 하반기 이후 경기둔화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수출 기업들은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택가격은 작년 하반기 정점에 이른 뒤 하락하고 있고 올해 2월의 신규주택 판매 역시 108만가구로 9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만큼 주택경기가 둔화됐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주택대출 이자부담이 늘어나면서 미국인들의 소비여력도 크게 축소되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폭이 계속 늘고 경기선행지수마저 두 달 연속 하락한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김한수 수석연구원은 "원화 강세 기조로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마저 침체될 경우 한국의 수출 기업들은 채산성과 매출이 모두 악화될 수 있다"며 "수출지역 다변화와 생산비용 절감,품질 향상 등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