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최근 반년 넘게 끌어온 세무조사를 힘겹게 끝냈다.

지난해 9월 조사 개시 당시 2개월 남짓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기간이 두 번의 연장을 거친 끝에 해를 넘겨 무려 7개월 동안 진행되면서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 차례의 연장조사 끝에 지난달 세무조사가 완료된 하이트맥주도 각별한 몸조심에 들어갔다.

이 회사 K임원은 "세무조사를 한번 당하고 나면 경영진 입장에서는 투자의욕이 꺾이는 것은 둘째치고 우선 진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국세청의 전방위 세무조사에 기업들의 스트레스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마땅히 하소연할 데가 없어 속으로만 전전긍긍하고 있다.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업 입장에서는 적잖은 스트레스지만 최근에는 한 차례 이상 연장 통보를 받는 게 다반사고 아예 반년 넘게 조사를 받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기업들은 "세무조사 자료요청에 성실히 답할테니 제발 제 날짜에 좀 끝내주세요"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 한 차례 세무조사 기한 연장통보를 받은 A사 관계자는 "연장 통보 자체가 해당 기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조사 자체를 뭐라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추징금 규모는 상관없으니 최소한 기한이라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세무조사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올 들어 조사 대상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조사기간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포스코 두산그룹 코오롱 등 주요 대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이어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업체,웅진코웨이 청호나이스일렉트로닉스 등 정수기업체,광동제약,하이트맥주 등 전 산업분야로 조사대상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국세청의 압박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업들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천명하고 나서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피해를 볼까봐 외부에 대놓고 얘기도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세무조사가 경영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