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9개 대형 식품업체들은 3월16일부터 이달 중순까지 2개월간의 일정으로 무자료 거래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동종업계의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를 받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영업 미수금을 놓고 회사측과 갈등을 빚다 퇴직한 일부 회사의 전직 영업 사원들이 언론 및 관련기관에 식품 도매상과의 무자료 거래 내역을 제보한 게 발단이 됐다.

사건의 발단은 A,B,C 등 3개 식품 업체의 전직 영업사원 20여명이 영업 미수금에 대해 책임이 없다며 각각의 회사측을 상대로 작년 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이들은 "회사측이 과도하게 높은 영업 목표를 잡아 놓고 이를 맞출 것을 강요하다 보니 무리하게 밀어내기를 하게 돼 미수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무리한 영업 목표를 세워 놓고 직원들을 압박해 온 회사 책임이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사 등은 "일부 사원의 경우 판매 대금을 받아 놓고는 이를 도박이나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의혹이 짙다"며 이들을 상대로 검찰에 횡령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회사측이 맞대응에 나서자 소송을 제기한 전직 영업 사원들은 집단 행동에 나서 지난 2월 초 모 방송국에 식품 도매상들과의 무자료 거래 내역을 제보했다.

제보 내용이 방송을 탄 뒤 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을 3개 회사를 포함해 도매상 거래 비중이 높은 식품 업체들로 확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무자료 거래에 따른 세무조사와 관련,A사 관계자는 "무자료 거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도매상들과는 거래하지 말라는 회사 방침을 어기고 자신들의 영업 편의를 위해 도매상과 무자료 거래를 해놓고는 회사측에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 하고 있다"며 "이제 영업사원 눈치까지 봐야 하는 세상이 온 것 같다"고 푸념을 털어놨다.

B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영업 사원들이 할당된 판매 목표에 대해 볼멘소리를 해 온 적은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불만이 있다고 소송을 하고,집단 행동으로 언론에 회사 비리 운운하며 제보까지 해대니 앞으로는 영업 사원만을 특별 관리할 노무 담당 임원까지 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