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작품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청동이나 돌,나무로 만든 조각작품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독특한 재료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폐타이어와 알루미늄철망,코일,가느다란 구리선 등을 소재로 활용한 작품이 선보이는가 하면 독특한 음각 형태에 조명과 그림자를 이용해 착시효과를 나타내는 조각도 나왔다. 또 대문 탁자 등과 같이 일상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작품도 있다. 노상균 지용호 이용덕 박성태 김선구 이재효 씨 등이 새로운 경향을 대표하는 조각가들이다. 이들의 작품은 독창성을 인정받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며 가격도 오르고 있다.

지용호씨는 폐타이어를 조각작품 소재로 사용해 주목받고 있다. 코뿔소 코끼리 등 동물을 현대인의 모습과 유사하게 표현한 그의 '변종(Mutant)'시리즈는 지난 2월 스페인 아르코아트페어에서 2점,3월 베이징 아트페어에서 10점이 각각 팔렸다. 가격도 국내보다 20% 이상 높은 800만~1000만원대에 거래됐다.

이용덕씨는 착시효과를 이용한 작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음각으로 새긴 평범한 조각이지만 한 발 두 발 물러서면 점점 양각처럼 보이면서 볼록한 입체감이 살아나는 것이 특징. 이씨 작품 역시 외국인컬렉터들이 좋아해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점당 3500만~6000만원의 비교적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박성태씨는 모기장 같이 촘촘한 철망을 손으로 구부려서 작품을 만든다. 빛의 흐름에 따라 그림자의 농담이 달라져 신비감을 주는 작품들이다. 국내거래 가격은 점당 1500만원 이상인데 비해 지난 3월 말 뉴욕 소더비경매에선 2000만원 이상에 팔렸다. 또 노상균씨는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작용으로 오묘한 느낌을 주는 재료(시퀸)를 사용하다보니 조각작품이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조각이 일상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경우도 있다. 이재효씨는 통나무판에 수많은 못을 박은 뒤 그라인더로 갈아 탁자 등으로 재창조해 낸다. 가격은 소품이 2500만원,2m 이상 대작은 4500만원을 호가한다. 가느다란 구리선으로 그물망을 엮어 대상을 형상화하는 최태훈씨 작품은 고급빌라와 사찰 등 건축물의 대문으로 활용되고 있고,생활 도예가 변승훈씨는 작은 분청도자(30×30cm)를 수십개 이어 붙여 사무실이나 거실 벽면에 붙이는 설치작품 '소나무'시리즈로 눈길을 끌고 있다.

미술계에선 컬렉터들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소재와 표현기법을 사용한 조각작품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