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 < 한국원자력연구소장 ckpark3@kaeri.re.kr >

지난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06원자력체험전에서는 부대행사의 일환으로 명사 초청 특강이 있었다. 여기에서 서울대공대의 김도연 학장이 매우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과학'과 '공학'은 항상 같이 붙어다니는 단어이지만 김 학장은 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구분해 주었다. '과학'은 돈을 가지고 지식을 만드는 것이고,'공학'은 개발된 지식을 가지고 돈을 만드는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가 잘 아는 대표적인 과학자는 아인슈타인이다. 유대인 과학자로 미국에 망명해 원자탄의 이론을 제공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것을 보고나서는 더 이상 원자탄을 만들지 말자고 미국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예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결국 그는 연구비(돈)를 써서 원자력 이론(지식)을 만들어 내는 과학자였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궁극적인 영광은 노벨상이고 아인슈타인도 노벨상을 받았다.

반면에 우리가 잘 아는 공학자, 혹은 기술자로는 에디슨이 있다. 에디슨은 전화기와 축음기를 발명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 GE라는 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요즈음은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LG 냉장고가 훨씬 유명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GE 냉장고는 세계 최고로 손꼽혔다. 에디슨은 과학자들이 밝힌 이론(지식)을 가지고 돈을 벌었던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에디슨을 과학자가 아닌 공학자 내지는 기술자라고 한다.

요즘 뉴스에는 원유가격 수준이 빼놓지 않고 매일 등장한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에너지(98% 수준)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기 때문에 석유가격이 오르면 우리 경제는 곧바로 직격탄을 맞는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아직 에너지 문제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주요한 이유는 전기 요금이 20년 전과 비교해 거의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년 동안 소비자 물가지수는 160% 정도 올랐지만, 전기 요금은 6.7%밖에 오르지 않았다.

원자력 발전의 이론은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이 제공했다. 원자력발전이나 원자탄이나 그 이론적인 배경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를 전기 생산에 이용해 돈을 번 것은 얼마 전 일본에 팔린 웨스팅하우스를 비롯한 여러 세계적인 회사들이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에 관한 한 그 기술력이 세계 6위권이다. 그렇지만 이론적인 면에서는 아직도 미흡하다. 과학의 달을 보내면서 우리도 이제는 노벨상을 받을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