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이틀째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면서 매도 이유와 매도행진이 이어질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식형 펀드 등으로의 자금 유입이 줄어들면서 투신권의 공격적 매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면 장세 흐름이 크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대체로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가치 급상승으로 정보기술(IT)업종 경기 위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최근 외국인 매도는 무엇보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무려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인 만큼 일부 차익실현 차원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 외국인들 왜 파나

지난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885억원어치의 물량을 팔아치운 외국인들은 26일에도 2584억원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틀간 매물만 7500억원에 육박한다.

이틀간 순매도 규모로는 지난 3월8,9일 양일간의 7800억원 이후 최대다.

외국인 매도는 주로 IT를 중심으로 한 수출주에 집중됐다.

이틀 동안 삼성전자하이닉스를 각각 2069억원어치와 323억원어치 팔았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환율 하락으로 보유주식 매도에 따른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주의 경우 환율 요인 외에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경영 공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용철 리먼브러더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고유가와 환율 하락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부 외국인들이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순매도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코스피지수 1300선에서 유입된 자금은 차익실현 욕구가 강하다"며 "이틀간 외국인 매도는 단순한 이익실현 정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앞두고 주식을 샀다가 발표가 이뤄지자 팔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한국 증시 시각은 긍정적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호재가 없다고 주가 상승의 이유에 너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고점 수준인 10배까지 상승하면서 부담이 있었지만 무디스의 신용평가등급 전망 상향으로 충분한 근거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김기수 크레디리요네(CLSA) 증권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기술주 대신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이 적은 건설주와 소비재관련주,금융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추세적인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수급은 4월 초에 비해 빠듯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세중 팀장은 "수급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일시 조정이 올 수 있겠지만 시장 체력이 워낙 강해 조정 강도는 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