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미국 달러화 연금보험에 100만달러(11억5000만원)를 가입한 김 모씨(57·자영업).당시 1달러당 1150원대이던 환율이 최근 95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환차손으로 인해 2억원 이상 원금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짜리 장기계약을 맺은 그는 환율이 조속히 회복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요즘 환율 하락(원고)과 주가 상승 분위기에 한숨짓는 투자자들이 많다.

재테크 환경 변화를 잘못 읽고 거꾸로 투자한 탓이다.

미국 달러화 연금보험이나 하락형 ELS(주가연계증권) 등에 투자한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달러화 연금보험이란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 연금보험에 가입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달러화로 찾는 상품이다.

김씨가 가입할 당시 달러화 연금보험은 부자들 사이에 최고의 인기 상품 중 하나였다.

확정금리 상품인 데다 비과세이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혜택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달러화에 투자,외화로 자산을 분산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달러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달러화 연금보험 가입자들은 환차손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지난해 4월 '하락형 ELS'에 가입한 박 모씨(43·회사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락형 ELS는 주가 하락시 더 큰 수익을 얻도록 설계된 상품.그러나 예상과 달리 올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름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가입 당시 980선이던 코스피지수는 현재 1450선에 올라 있다. 지난해 1분기 중 판매한 일부 하락형 ELS의 경우 60~70%까지 원금 손실이 난 상품도 있다.

이 기간 중 '상승형 ELS'(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얻는 상품)에 가입한 주위 친구들 중에는 펀드의 주식편입 비율에 따라 40~70%의 수익을 올린 사람도 있어 박씨의 가슴을 더욱 쓰리게 하고 있다.

상승형 ELS 외에 올들어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원유 금 등 실물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의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달러 약세가 실물투자 상품의 인기를 높였기 때문이다.

금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골드뱅킹 상품인 신한은행의 골드리슈(Gold Riche)에 1년 전 가입한 고객은 3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6개월 전인 2005년 10월 가입 고객도 15.4%의 수익률을 챙기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판매하는 '메릴린치 월드 광업주 펀드'는 세계 채광 및 금속회사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로,최근 1년 수익률은 80%(달러기준)가 넘는다.

세계의 에너지 탐사 및 정유기업 등의 주식에 투자하는 '메릴린치 월드에너지 펀드'도 1년간 60%(달러기준)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상수 신한은행 삼성동아이파크지점 PB팀장은 "환헤지(위험회피)를 하지 않은 경우 환차손을 입기는 했지만 이들 실물펀드의 자산 수익률이 워낙 높아 환자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설명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지적도 있다.

서춘수 신한은행 PB지원팀장은 "달러화 연금보험의 경우 최근 940원대로 하락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달러화 가치가 추락한 지금이 오히려 가입의 적기"라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