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가 막바지 사법처리 단계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채동욱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25일 브리핑에서 "정상명 검찰총장이 고심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검 중수부 수사팀 내부에서도 갈등의 조짐이 엿보인다.

수사팀은 당초 이날 박영수 중수부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정몽구 회장 부자 등 현대차 관계자들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한 뒤 정 총장에게 보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를 26일로 미뤘다.

채 기획관은 "수집한 증거를 정리하는 데 예상외로 많은 시간이 걸리는 등 순전히 실무적인 절차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검찰 내부의 기류가 바뀌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 내부에선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는 이른바 '경제정의론'이 득세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이번 사태로 인해 헤지펀드 등의 적대적인 인수·합병(M&A)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일부의 지적과 재계 서열 2위 그룹 총수의 구속이 가져올 파장도 감안해야 한다는 '경제위기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다음은 채 기획관과의 일문일답.

-수사팀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은 무엇인가.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로 인정할 수 있는 혐의와 증거들을 정리했다.

기소 대상자와 구속 대상자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총장에게 회의 결과 보고는 언제 하는가.

"원래 오늘(25일) 오후에 하려 했는데 수사팀 회의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내일(26일)은 돼야 가능할 것 같다."

-회의가 길어진 것은 내부 의견 차이가 크기 때문인가.

"아니다.

조사한 내용이 많고 증거 관계도 복잡해 실무적인 차원에서 정리해야 할 것이 많았다.

수사팀 내 이견은 없다."

-중수부장도 이견이 없나.

"수사 상황을 수시로 (중수부장에게) 보고해 왔다."

-수사팀 회의에서 형사처벌 대상자가 최종 결정되나,아니면 별도의 수뇌부 회의를 거쳐야 하나.

"총장이 결정할 문제다."

-정몽구 회장을 소환조사한 결과가 신병 처리 방향에 영향을 줬나.

"그런 것은 없다."

-정 회장이 시인한 내용은 무엇인가.

"말할 수 없다."

-정 회장은 비자금에 대해 보고만 받고 직접 챙기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나.

"일부 그런 식으로 말한 것도 있다.

아주 개괄적으로 시인했다."

-대체로 혐의를 부인했나.

"그렇다고 보면 된다."

-단서가 있으면 부인해도 의미가 없지 않나.

"신병처리 방향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과 정의선 사장을 다시 소환조사할 가능성은.

"현 단계로서는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

김병일·유승호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