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sangyeolkim@korcham.net >

얼마 전 고국을 방문했던 하인스 워드의 성공담은 우리 민족이 자식에 대해 얼마나 헌신적인지를 보여 주는 한편의 휴먼 스토리였다.

그런데 이제 국내에서는 자식에 대한 투자를 인생의 제일 큰 보람으로 여기며,온갖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반드시 미덕이라고만 보기 힘든 것 같다.

많은 부모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자녀를 방과 후엔 학원으로 보내고,방학 때마다 해외연수를 보내느라 자녀교육에 등허리가 휘고 있지만 이런 열성이 아이들의 장래와 국가사회 발전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자식에게 더 나은 학군에서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은 소박한 욕심이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고,자식교육 부담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처럼 사교육의 폐해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투자한 만큼 보람이라도 나타난다면 다행이지만 청년실업자가 34만명에 육박하고,실업자로 분류되지도 않는 취업준비생이 54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보여주듯 주변에는 이십년 자식농사가 당장은 헛고생처럼 느껴지는 안타까운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대졸자의 절반이 고졸 학력으로 충분한 일을 하고,실업자 소리를 듣기 싫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며 심지어 명문대 석사가 자전거 수리공으로,프랑스 철학박사가 술집 계산대에서 일한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옛말에 교육에 대한 투자만한 것이 없다는데 왜 이렇게 교육을 많이 시켜 문제가 되고 또 어렵게 고등교육을 마치고서도 제 대접을 못 받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교육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는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하지만 학교에서는 지식의 양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고,가르치는 경향이 여전하다.

고등학교 때 배우는 미적분 공식이나 대학 때 배우는 학과 지식이란 대입의 좁은 문을 통과해 대학 졸업장을 받기 위한 방편에 그치고 마는 실정인데 어떻게 급변하는 산업구조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겠는가.

교육계가 배출하는 인재군은 양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이지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질적으로 못 미치다 보니 대졸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우성이고,기업에서는 거액의 재교육비를 들여도 제대로 일을 하기까지 3년 정도가 걸린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인적자원 개발에 얼마나 더 투자해야 하는지 말하기에 앞서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대입을 위한 교육,대학을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 사회의 수요에 맞게 교육시스템을 개편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것이 선진국형 교육이며,우리 교육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