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넨드라 네팔 국왕의 권력 이양 발표에도 불구하고 네팔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갸넨드라 국왕은 지난 21일 국영TV를 통해 "네팔 왕국의 행정 권력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며 7개 정당 연합체에 조속한 시일 내에 새 총리를 추천해 주도록 요청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네팔은 민주적 복수 정당이 참여하는 입헌군주제를 실시할 것"이라며 "평화와 질서가 조속히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국왕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22일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통금령을 무시하며 10만여명의 군중들이 참가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다.

7개 정당으로 구성된 야당연합도 갸넨드라 국왕의 권력 이양 발표에 대해 충분치 않은 조치라며 거부의 뜻을 밝히고 총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파들은 "이번 국왕의 발표는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며 "국왕은 즉시 하야해야 하며 이 땅에 봉건 제도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정부 시위대들은 카트만두 시내 곳곳에서 타이어를 태우고 돌과 나무막대를 던지면서 왕정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갸넨드라 국왕의 궁 주변으로 몰려드는 시위대에 맞서 고무탄과 최루가스를 발사한데 이어 실탄까지 사용해 150여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