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충북 황간 IC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에넥스 충북 황간 공장.대지 2만5700평에 14개 건물이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의 부엌가구 공장인 이곳에서 점퍼 차림으로 기자를 맞은 박진호 에넥스 대표(44)는 이달 초 본격 가동에 들어간 신소재 '워터본' 생산 라인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약 800평 면적에 세워진 워터본 생산라인은 부엌가구 원자재인 파티클보드(PB) 표면에 도료를 칠해 각종 색상과 무늬의 가구재로 만들어낸다.
1.2m×2.4m 크기의 원판이 약 2분30초간 생산라인을 따라 돌며 페인트를 바르고 말리고 자외선으로 굳히고 표면을 매끄럽게 처리하는 공정을 거쳐 고광택(하이그로시)의 UV(자외선 경화) 도장 제품으로 변신한다.
이 라인의 모든 공정은 자동화설비로 이뤄져 일하는 직원은 4명뿐이다.
하루 최대 8000개까지 만들 수 있는 워터본 라인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도장 라인과 달리 석유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료를 녹일 때 점착성 시너 등 휘발성 물질을 쓰지 않고 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워터본'은 또 일반적인 부엌가구재처럼 원판에 특수 종이나 PVC 등 비닐을 붙인 후 무늬나 색상을 인쇄하는 것이 아니라 페인트만 여섯 번 바르기 때문에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접착제에 들어있는 포름알데히드 등 '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이 원천적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워터본은 수성 도료를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표면재로 5년 전 유럽에서 개발됐으며 주로 고급 부엌가구에 쓰인다.
박 대표는 "워터본은 국내 가구에 수성 도장 시대를 열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폐기시에도 유해가스 배출이 적고 질감이나 색상,패턴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급 표면재인 LPM 제품보다 기능성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에넥스는 2004년 초부터 2년여에 걸쳐 50억여원을 투자해 워터본 제조공정을 완비했다.
당초 계획보다 1년여의 시간이 더 걸렸다.
박 대표는 "국내에 처음 도입하는 첨단 제조공정이어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테스트 기간도 길어졌다"며 "일반적인 원판(PB)으로는 가공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B 겉면에 중밀도섬유판(MDF)을 얇게 붙인 슈퍼PB를 스페인에서 찾아내 도입하는 데 6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에넥스는 다음 달 1일 워터본으로 몸체와 문짝을 만든 최고급 UV도장 부엌가구인 '블랙실버'를 출시한다.
또 고급 제품뿐 아니라 보급형까지 기존 제품을 워터본 자재로 만들어 내놓을 예정이다.
다른 가구회사나 건설사에 워터본을 공급하는 자재판매 사업도 시작한다.
박 대표는 "최근 아파트 등 대단위 납품시장에서 환경자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 워터본이 각광받을 것"이라며 "창립 35주년에 맞춰 출시하는 워터본 제품이 에넥스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간=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