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2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두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대검 중수부는 이날 청사 11층 1110호 조사실에서 정 사장을 조사한 뒤 21일 새벽 자택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정 사장을 상대로 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의 부채탕감 로비 등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이에 앞서 오전 9시40분께 대검찰청에 나온 정 사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11층 조사실로 향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브리핑에서 '정몽구 회장 부자 불구속기소 검토'라는 제목의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너무 앞지른 기사"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정 회장 부자의 구속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장과 여론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대선자금 수사 때 사실상 모든 책임을 졌던 김동진 현대차 총괄부회장 구속 여부를 한때 검토하기도 하는 등 정 회장 부자의 신병처리를 놓고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과의 일문일답.

-정의선 사장의 진술 태도는.

"잘 하고 있다고 한다."

-정 사장을 조사 후 돌려보내면 정몽구 회장과 말맞추기를 시도할 우려는 없나.

"그런 것을 염두에 뒀다면 동시에 소환했을 것이다."

-부자가 동시에 처벌될 수 있나.

"말할 수 없다.

두 사람 다 피의자 신분이다."

-정 회장 부자를 모두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너무 앞지른 기사다.

항의한다.

검토한 바 없다."

-정 회장 소환 통보는 했나.

"아직 안 했다."

-다음주 화요일쯤 소환되는 것으로 보면 되나.

"생각하는 것은 자유다."

-김동진 부회장을 이틀씩이나 조사한 이유는 무엇인가.

"계속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김 부회장은 본인 책임 하에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했나.

"단연코 그렇지는 않다."

-현대차의 경영상 차질이 큰데 1단계 수사는 다음 주말까지는 마무리하나.

"그런 일정 하에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비자금은 몰수 대상에 해당하나.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에 따르면 횡령이나 배임처럼 범죄의 피해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재산을 몰수할 수 없다.

다만 비자금이 뇌물로 이용됐다면 몰수나 추징이 가능하다."

-론스타 관련 수사 상황은.

"어제(19일) 론스타 어드바이저 코리아측에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론스타 본사 및 관련 회사가 한국 내 투자와 관련해 해외 금융회사를 통해 지급한 용역료 등 비용 명세와 증빙서류를 요청했다.

아울러 스티븐 리가 자진 입국해 검찰 수사에 응할 수 있도록 제반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