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액수지만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몰라요.
여러 사람이 모여 살면서 다투지 않느냐고요?
그럴려면 뭐하러 평생 도를 닦았겠어요.
서로 양보하고 안 좋은 것도 좋게 보려고 마음 먹으면 싸울 일이 없어요."
원불교의 최대 명절인 대각개교절(28일)을 앞둔 지난 18일 전북 익산시 신룡동 원불교 중앙총부 경내의 중앙수도원.
흰 저고리ㆍ검은 치마 차림의 원로 여성교무 6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대각개교절에 즈음해 원로 교무들의 수도생활을 보고 싶다며 찾아온 기자들을 맞기 위해서다.
중앙수도원은 평생을 교화와 봉사에 헌신하다 70세에 은퇴한 원로 여성교무 50명이 모여 여생을 보내는 곳.
원불교는 은퇴한 남자 교무들을 위한 수도원도 운영 중이다.
"하루 일정이요?
밥 먹고 잠 자고 놀고 법문도 하고,염불ㆍ좌선도 하지요.
교화 일선에서 일하다 은퇴하면 다들 여기 들어오고 싶어해요.
올해도 9명이 새로 들어왔는데 어찌나 좋아들 하는지….
그분들을 보니 내가 그동안 여기서 즐거움 없는 즐거움을 누렸구나 싶어 새삼 은혜에 감사하고 있지요."
이 곳에서 14년째 생활하고 있는 신제근 교무(84)의 설명이다.
오전 3~4시면 일어나서 5시부터 법당에서 한 시간 동안 참선을 하고 저녁에도 한 시간 동안 참선과 염불을 하지만 낮시간은 자유롭다.
책을 보거나 개인 정진도 하고 때로는 외부 법문도 나간다. 그래서일까.
평생을 고생하며 산 것 같지 않게 원로들의 표정은 참 맑다.
교단에서 지급하는 한 달 용돈 23만8000원이 보름이면 다 없어진다면서도 고생했던 옛날에 비하면 행복하다고 한다.
"흰 저고리ㆍ검정 치마가 오늘의 원불교를 일궜다고들 해요.
보릿고개를 넘으면서도 오로지 정법(正法)을 편다는 일념으로 살아왔지요.
어떤 법이 정법이냐고 누가 소태산 대종사께 묻자 '모든 사람이 쓸 수 있고,써서 좋은 법이 정법'이라고 하셨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 원불교의 가르침입니다."
수도원의 가장 연장자인 이성신 교무(85)는 이렇게 설명하면서 "우리는 정법을 믿고 60~70년 전에 가출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맑은 물 한 줄기가 저수지를 썩지 않게 하는 것처럼 제대로 수도한 몇 사람의 도인들이 세상을 맑게 한다는 것. 노장은 "세상이 혼란한 데에는 우리 책임이 무겁다.
세상 모두가 본래 하나인데 서로 마음을 넓게 쓰면 싸울 이유가 없다"면서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소망했다.
원불교는 91주년 대각개교절을 맞아 5월5일까지 전국 각 교당과 기관에서 '모두가 은혜입니다'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봉축행사를 연다.
인류의 상생과 평화,행복을 기원하는 특별기도식(22~28일)과 무료진료,헌혈,경로잔치 등을 잇달아 개최한다.
익산=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