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결정이 내려진 '10인 비밀회의'가 있기 한 달 전인 2003년 6월,금융감독원은 하이닉스와 SK글로벌,현대종합상사가 청산된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외환은행의 연말 BIS비율이 9.14%일 것이라고 결론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감원 검사가 있기 두 달여 전인 4월24일,외환은행 경영전략부가 작성한 '주요경영현안'이란 제목의 내부 극비보고서에서는 연말 BIS비율이 최악의 경우 2.88%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했던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보고서 작성기관과 작성시기,외부 공개여부 등에 따라 외환은행의 예상 BIS비율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던 셈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과 외환은행의 검사 및 보고내용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예상되며 특히 금감원은 어떤 경우든 책임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외환은행 BIS비율은 고무줄(2.88%부터 9.14%까지)


연말 예상 BIS비율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서는 '주요 경영현안'이다.

보고서는 "외부에 공개되는 '경영계획'에는 연말 BIS비율 예상을 9.05%로 했지만 최대 1조8341억원의 추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최악의 경우 2.88%가 예상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달여쯤 후인 2003년 5월,금융감독원 은행검사1국 상시감시2팀은 '외환은행의 경영취약부문에 대한 조치방안'이라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다.

외환은행의 연말 BIS비율이 최악의 경우 8.44%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내용이다.

다시 한 달이 지난 2003년 6월,상시감시2팀은 '외환은행 BIS비율 점검결과 보고'를 작성한다.

놀라운 점은 '최악 중 최악'의 시나리오,즉 하이닉스와 현대종합상사,SK글로벌이 모두 청산되고 현대상선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하며,두산중공업 출자주식을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등의 전제가 있더라도 외환은행의 연말 BIS비율이 9.14%로 한 달 전보다 오히려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3개 회사 청산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했는 데도 어떻게 9%대 비율이 나올 수 있었는지,또 뒤집어 생각해서 청산을 가정하지 않은 외환은행 내부보고서는 어떤 이유로 2%대까지 내려갈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시 한 달여가 지난 2003년 7월.정부 관료들과 외환은행 경영진 등이 참석한 '10인 비밀회의'에서는 5.42%가 등장한다.

이후 금감원과 외환은행의 조율과정에서 연말 예상 BIS비율은 7.7%→4.99%→5.25% 등으로 수정됐다가 최종적으로 6.16%로 확정돼 금감위 회의에 제출됐다.

금감원 책임 불가피

감사원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금감원은 문책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외환은행의 연말 BIS비율 예상이 8% 이상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매각결정을 앞두고 6.16%로 낮춰 보고한 것은 '조작'이라고 의심받을 수 있다.

반대의 결론이 나온다면 5월 보고서와 6월 점검 때 은행의 부실을 알고도 덮어줬거나 검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외환은행의 2.88%,금감원의 9.14%,최종적으로 채택된 6.16% 등이 제대로 계산된 것인지도 쟁점이다.

BIS비율 예상에서 변수가 됐던 것은 크게 여섯 가지.외환은행의 순이자마진(NIM),하이닉스,SK글로벌,외환카드,카드채,두산중공업 주식지분 시가평가 여부 등이다.

각 예상치들이 모두 이들 변수에 대해 비관적 시나리오를 적용했다고 밝히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BIS비율 계산 과정에서 누군가 '조작'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융계의 관측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