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내셔널GC가 전장 7445야드짜리 긴 코스로 변모하면서 1,2라운드에서 선수들을 '거리 공포'로 몰아넣었다.


특히 11번홀(파4·505야드)과 4번홀(파3·240야드)에서 선수들은 거리에 압도당해 보기와 더블보기를 쏟아냈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11번홀에서 버디를 뽑아낸 선수는 전체 90명 가운데 단 2명.반면 보기는 31개,더블보기는 7개나 나왔다.


이날 평균 스코어는 4.477타로 18개홀 중 가장 어려운 홀로 자리매김했다.


4번홀에서도 버디를 한 선수는 단 4명 뿐이었고 26명의 선수가 타수를 잃었다.


양쪽에 깊은 벙커가 도사리고 있는 그린에 볼을 올리려면 우드나 롱아이언을 잡아야 하지만 스핀을 걸기 힘들어 버디 기회를 만들기가 어려웠기 때문.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는 4번홀에서 클럽 선택을 하는 데만 무려 5분이나 소모한 끝에 2번 하이브리드 클럽을 잡았다.


길이를 20야드 늘린 1번홀(파4·455야드)도 만만치 않았다.


버디와 더블보기가 5개씩 나온 끝에 평균 스코어는 4.388타에 달해 두 번째로 어려운 홀로 드러났다.


오거스타내셔널GC측이 나날이 늘어가는 선수들의 '거리'를 무색케 하고자 코스 길이를 늘린 것이 어느 정도 약효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첫날 상위권에 오른 선수들이 한결같이 장타자인 점도 이를 방증한다.


상위권 선수들의 드라이빙 평균 거리는 비제이 싱(피지)이 301.5야드,로코 메디에이트(미국) 306.5야드,필 미켈슨(미국) 300야드,레프티 구센(남아공)이 294야드였다.


그러나 선수들이 조심스럽게 경기를 치른 때문인지 전체 평균타수는 74.94타로 작년 1라운드보다 다소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건조한 날씨 때문에 페어웨이가 딱딱해지면서 볼이 구르는 거리가 늘어나 평균타수가 줄어든 것 같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날 선두에는 최근 '퍼트감'을 찾았다는 비제이 싱이 자리잡았다.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64%에 머물렀지만 페어웨이를 살짝 비켜가는 정도에 그쳐 대부분 쉽게 그린을 공략했다.


그린을 벗어난 것은 4개홀에 그쳐 77.8%의 높은 아이언샷 적중률을 보인 싱은 약점으로 꼽히던 퍼팅도 홀당 1.5개꼴로 낮췄다.


특히 싱은 '이븐파도 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후반 9개홀에서 4개의 버디를 잡으며 32타를 기록,선두에 나설 수 있었다.


파만 해도 버디나 다름없다는 11번홀에서 티샷을 러프에 빠뜨리고도 5번 아이언으로 핀 3m 거리에 볼을 떨궈 버디를 기록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스코어는 5언더파 67타.


그 뒤를 4언더파 68타의 메디에이트,2004년 제주도 중문CC에서 열린 신한코리아골프챔피언십 우승자 애런 오버홀저(3언더파 69타)가 이었다.


첫날 60타대 스코어를 낸 선수는 이들 세 명에 불과했다.


2년 만에 '그린 재킷'을 노리는 필 미켈슨(미국)과 우승후보인 레티프 구센(남아공)은 2언더파 70타로 공동 4위,어니 엘스(남아공)는 1언더파 71타로 공동 8위에 올라 '이름값'을 했다.


우승후보 타이거 우즈(미국)는 '버디 홀'로 여겨지는 15번홀(파5·530야드)에서 더블보기를 하며 체면을 구겼으나 14번홀(파4·440야드)에서는 '골프 황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홀까지 163야드를 보고 친 8번아이언샷이 뒷바람을 조금 타고 홀을 향해 나가더니 홀속으로 사라진 것.


연습라운드와 파3콘테스트,그리고 대회 1라운드를 통틀어 갤러리들의 함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올해까지 이 대회에 12회 출전한 우즈가 오거스타내셔널GC 파4홀에서 이글을 잡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날 우즈는 이글1 버디2 보기2 더블보기1개로 이븐파 72타를 기록했다.


공동 19위.


데이비드 듀발(미국)은 12오버파 84타를 쳤고 1998년 그린 재킷을 입었던 마크 오메라(미국)도 10오버파 82타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날 언더파 스코어를 낸 선수는 17명에 그쳤고 12명이 80대 타수로 무너졌다.


/오거스타(미 조지아주)=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