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검찰이 현대차 그룹에 대한 전면 수사를 선언한 가운데 이 달 26일로 예정됐던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 착공식이 다음달로 연기되는 등 경영 차질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 검찰 수사의 방향과 현대차 그룹에 미치는 영향을 김경식 기자와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앵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영 계획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는데 어느 수준입니까?

기자> 김재록씨 사건으로 불거진 검찰의 현대차그룹 수사가 10일만에 현대차 그룹의 총수 일가의 경영권 문제에 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정몽구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한데 이어 정의선 사장도 4일 검찰로부터 출국 금지 조치를 받아 현대기아차의 해외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26일로 예정됐던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 들어설 공장 착공식을 5월로 연기해줄 것을 조지아 주에 공식 요청했다고 5일 발표했습니다.

기아차 관계자는 착공식 연기 요청은 현재 검찰 수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진이 행사에 참석할 수 없고 행사 준비상황도 미흡해 날짜를 다음달로 연기하는 것”이라며 “공장 설립 계획에 도 어느 정도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아차는 지난달 13일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 총 12억 달러를 투자해 2009년까지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하고 조지아주와 투자계약서를 체결했습니다.

기아차는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 시상식에 정몽구 회장이 수상자로 참석할 계획이어서 전날인 26일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장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었습니다.

정의선 사장은 이번 주 슬로바키아 질리아 공장의 가동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유럽출장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검찰로부터 전격적으로 출금금지 통고를 받고 일정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또한 현대차도 이 달 15일 중국 베이징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중국 제2공장 착공식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검찰의 수사 착수로 일정을 전면 보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베이징 제2공장 착공행사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음달로 예정된 체코 노소비체 공장의 착공행사는 아직 시간여유가 있는 만큼 검찰 수사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런 중요한 프로젝트의 연기가 현대기아차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는 것입니까?

기자> 현대기아차의 미국, 유럽, 중국 공장 신증설은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전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입니다.

이는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 실적을 보여줬고 현대기아차의 이들 3대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생산은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크게 변화 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달 중순 이후 줄줄이 예정된 해외 프로젝트가 검찰수사 장기화로 차질이 불가피해 지면서 현대기아차는 사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해외사업이 지연되고 장래 경영목표 달성 차질은 물론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올해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월드컵 공식후원사로서의 마케팅도 차질을 그 효과가 퇴색되면서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가 한순간에 훼손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달 13일과 27일로 예정된 기아차의 카렌스 후속과 현대차의 아반떼 후속 신차 발표행사도 검찰 수사로 빛을 바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검찰의 수사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5일 대검 중수부는 현대차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함께 미국에 체류중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귀국이 늦어질 경우 수사 강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정 회장의 조기귀국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1·2·3단계를 거쳐 전면수사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마지막 단계로 들어간 상황에서 신중하면서 신속히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26일 김재록 씨 개인 비리에서 촉발된 현대기아차 본사와 글로비스 등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 수사가 비자금 문제로 번졌고 이제는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문제 까지 수사 영역을 확대한다는 뜻입니다.

검찰 수사는 크게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사용처 규명,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성 여부 등 두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엠코 등 정의선 사장이 대주주로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들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고 지난 4일에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인수합병과 지분변동과 관계된 5개 창투사,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도 경영권 후계 과정을 집중 수사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앵커> 정몽구 회장이 일정대로 귀국합니까?
기자> 검찰이 어제 공개적으로 정몽구 회장의 귀국을 촉구했고 만약 귀국하지 않으면 수사 속도와 수위를 한층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몽구 회장이 일주일 일정으로 앨라배마공장 점검과 조지아공장 부지 방문, 현지 판매대리점 방문 등을 마치고 귀국할 것이라는 게 현대차그룹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현지 사정 등에 따라서는 귀국 일정이 하루 이틀 늦춰질 수도 있다"고 덧붙여 빠르면 오는 8일,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귀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 이번 검찰 수사가 재계에 미치는 파장은 어떠합니까?

기자> 현대차 그룹이 협력업체를 합치면 최소 200여만명의 생계와 직결되는 등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룹 총수나 경영인의 구속 사법처리 등은 검찰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검찰도 정몽구 회장의 귀국과 수사협조 정도에 따라 수사 범위와 강도가 달라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올들어 삼성, 두산그룹 등 수사를 통해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재벌의 기업 지배구조 변화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김경식기자 ks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