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중국의 '自主創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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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산업발전 전략은 '시장환기술(市場換技術)'이라는 말로 표현돼 왔다. '시장 줄 테니 기술 다오'라는 식으로 외국기업을 끌어들였다. 이 전략은 지금 '자주창신(自主創新)'으로 선회하고 있다. 더 이상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경제발전에서 차지하는 외국기업의 역할에 대한 중국의 시각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중국이 '자기완결형 공업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중국의 생산구조는 주로 핵심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와 조립하거나, 외국 브랜드 제품을 OEM생산하는 형태였다. 소위 말하는 '세계공장'이다. 앞으로는 핵심부품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자체 브랜드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게 '자주창신'의 뜻이다. 이는 2010년까지 추진될 11ㆍ6규획(規劃)의 핵심 사안이기도 하다. 중국은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 고유브랜드 육성, 산업고도화를 위한 구조조정 등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자주창신'은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경제관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요소다. 우리 기업은 중국에 고기술 중간재품(부품 반제품)을 수출, 이를 조립해 중국 내수시장이나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아왔다. 전체 중국수출의 80%가 중간재품이다. 중국이 자기완결형 공업구조를 갖추게 되면 우리나라 중간재품의 중국수출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먹을 '떡'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가 이 같은 흐름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길은 기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R&D투자가 필요하고, 핵심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하며, 중국보다 한 단계 높은 산업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산업이 자족구조를 갖추기 전에 중국에 진출, 터를 잡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중국이 하루아침에 자기완결형 공업구조를 갖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2010년 중국 공업구조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기술적 자립도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쯤 중국은 닫힌 시장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