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내수 위축시키는 부동산정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홍기택 < 중앙대 교수·경제학 >
최근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작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7%에 불과했으나, 분기마다 1%포인트씩 증가해 작년 4분기에는 5.3%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6%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3년간 세계 평균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했던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장기 상승국면에 진입한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불분명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교역조건의 악화이다. 우리의 주된 수출품인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의 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원유 등 수입품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월 경상수지는 월별로는 6개월 만에 7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나타냈다.
2월에 원유수입이 유난히 많이 늘어나 일시 적자로 반전됐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도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은 정부 목표치인 150억달러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국내경기 회복에 따라 자본재,원자재,소비재 등의 수입이 증가되므로 흑자폭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교역조건의 악화로 상당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면,1997년 외환위기 때 경험한 바와 같이 국내자본시장이 불안정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상수지 방어를 위해 긴축정책을 써야 하기 때문에 경기회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 교역조건의 악화는 국민소득을 감소시킨다.
지난해 연간 GDP 성장률은 4.0%였으나 국민총생산(GNI)은 0.5%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우리 경제가 양적으로는 4% 정도 팽창했으나 국민에게 돌아온 소득은 0.5% 증가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외국으로 흘러 나갔다는 것이다.
작년에 국민들의 소득이 거의 증가되지 않았으므로 내수가 회복되기 힘들었다. 그동안 과다한 카드빚 상환 등 가계의 부채조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내수회복이 더뎠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유가와 반도체 가격이 안정돼 교역조건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아야 경기회복이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교역조건의 안정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내수가 회복되기 위해선 소득 증가가 필수적이지만,소득증가가 곧바로 소비로 연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이를 위해선 가계가 편안하게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정부 정책들은 그렇지 못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부동산정책이다. 지난 8ㆍ31 부동산대책으로 올해 부동산관련 세금이 크게 올랐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자만도 지난해 7만4000명에서 올해는 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추가로 부담하는 세금이 평균 250만원이라면 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대통령 말처럼 종부세는 장난이 아니다.
그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는 과표가 연간 10%씩 상향조정됨에 따라 계속해서 큰폭으로 오르게 된다.
확실치는 않지만 정부의 희망처럼 보유세를 감당할 수 없는 부동산과 주택이 매물로 쏟아져 나와 부동산과 주택가격의 안정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의 소비는 위축될 것이다.
이들이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이들이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크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이익부담금을 부과하는 '3.30 부동산대책'도 내수증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형평형건립 의무제도 등 기존규제에 개발이익부담금까지 부과하면 현실적으로 아파트 재건축은 불가능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침체돼 있는 주택건설경기는 더욱 냉각된다.
이로 인해 가까스로 살아나고 있는 내수회복의 불이 꺼질지도 모른다.
이런 정책들이 사회적 위화감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이 정작 원하는 정책이라면 정책에 대한 결과,즉 성장률의 둔화와 실업의 증대라는 비용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