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5일부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추가 규제를 적용하면서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더 많아졌다. 기존의 담보인정비율(LTV) 조항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자금조달 계획을 미리 세우지 않고 집부터 구입했다간 급매물로 도로 내놔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게 됐다. 즉, 좋은 집을 고르는 만큼 자금조달 스케줄을 짜는 데도 공을 들여야 하는 시점이다. ◇ DTI(총부채상환비율)란 DTI(Debt-To-Income) 제도란 봉급생활자의 총급여소득(자영업자의 경우 사업소득)을 감안해서 대출액 한도를 정하는 제도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엄격히 따지는 장점이 있다. 일례로 'DTI 40%'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과 기존 부채 이자 상환액을 합친 금액이 연간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것이다. 연소득은 대출 신청자 본인 기준으로 계산하지만 신청자의 배우자가 주택담보대 출이 없는 경우 부부 합산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기타 부채에 는 배우자 명의의 대출을 포함해야 한다. 연소득 금액은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이나 소득금액증명원, 사업소득원 원천징수영수증, 연금증서, 급여 입금통장 등 공공성이 강한 기관이 발급하는 자료를 통해 증빙해야 한다. ◇ 대출기간과 한도 DTI 개념은 개인이 상환할 수 있는 부채의 규모 개념이기 때문에 대출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출 한도도 늘어난다. 연소득 5천만원인 채무자는 다른 채무없이 연 5.58% 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을 경우 3년만기로 최대 5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 한도는 15년이면 2억원, 20년 2억4천만원, 30년 2억9천만원, 35년엔 3억700만원으로 늘어난다. 시중은행들은 1% 가까운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만 3년 이상의 기간이 지나면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경우가 많다. ◇ 연봉과 한도 개인의 현금 흐름을 강조하는 DTI 개념에선 연봉이 적으면 대출 한도도 줄어든다. 일례로 다른 금융부채가 없는 사람이 금리 연 5.58%로 만기 15년,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연봉이 3천만원이면 1억2천만원, 5천만원 2억원, 7천만원 2억8천만원, 1억원은 4억1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결국 순수한 봉급 생활자가 서울 강남지역의 6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은행 대출을 받아 구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원천 봉쇄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 대출 연장은 'OK'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만기를 연장할 경우엔 DTI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일례로 연봉 5천만원인 회사원은 종전에 3년 만기, 대출금리 연 5.58%로 6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시가의 40%인 2억4천만원까지 대출을 받았다. 5일부터는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조건의 대출을 받을 경우 현재는 5천만원까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 사람이 동일한 대출을 연장하고자 한다면 5천만원 한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소비자들의 급격한 신용경색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대출금을 증액해 기한을 늘리거나 거래 은행을 바꿀 경우 DTI 규정이 적용될 수도 있다. ◇ 기존 대출 승계 어려워질 듯 기존에 집주인이 받은 대출을 승계하면서 아파트를 사는 경우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을 승계받는 것은 일종의 신규 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본인의 대출한도를 넘어서는 금액을 일시 상환하고 나머지 금액만을 승계하는 방안은 가능하다. ◇ 판교 아파트도 적용되나 현재 분양중인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엔 분양가가 6억원을 넘어서는 물건이 없어 해당사항이 없다. 다만 8월로 예정된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채권매입액을 아파트 가격에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판교 45평의 분양가는 평당 1천200만원(총 5억4천만원)으로 추정되지만 채권매입액을 분양가로 계산하면 평당 1천600만원(총 7억2천만원)이 된다. 채권매입액 포함 여부에 따라 DTI 규제 적용 가격인 시가 6억원을 넘느냐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는 채권매입액도 시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당국간 이견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 예외조항은 이번 대책은 일부 예외조항을 허용하고 있다. 우선 대출취급일 현재 소유권 이전등기일 이후 3개월이 경과한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은 제외된다. 3개월이 되지 않았더라도 5천만원 이내의 소액대출, 5천만원이 초과해도 긴박한 사업자금 마련 등 불가피성이 입증되고 여신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경우는 대상에서 빠진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