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방배 프라이빗뱅킹(PB)센터의 고객인 김 모씨.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해 40%의 수익을 챙긴 그는 올초부터 일본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1월 초 '피델리티 일본펀드'에 3억원을 투자했으며 2월 초 2억원,3월 초 3억원씩 더 투자했다. 김재한 방배PB센터 팀장은 "일본 펀드가 PB고객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이 모씨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컴퓨터를 통해 일본 닛케이225지수를 확인한다. 얼마 전 일본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기 위해 우리은행에서 온라인 증권회사 이트레이드증권의 일본 주식투자 계좌를 개설했기 때문.우리은행과 연계된 이트레이드 증권에 계좌를 개설하면 사이트에서 곧바로 환전해 일본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이씨는 "개별 종목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어서 닛케이225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1억원어치 매입했다"고 말했다. 이트레이드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일본 주식투자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하루 10개 이상의 계좌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증시가 부유층 재테크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월 중순 이후 국내 증시전망이 다소 불투명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PB고객들이 해외 펀드,그 중에서도 일본 펀드를 대안으로 삼고 있는 것.은행 PB들은 "투자감각이 뛰어난 부자고객들의 스마트 머니(smart money)가 일본 펀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PB 고객들 사이에서 일본 펀드 붐이 일어날 정도라고 전했다. 국내 금융회사에서 해외 펀드를 가장 많이 팔고 있는 국민은행이 올들어 3월 말까지 판매한 해외 펀드 규모는 6091억원.이 가운데 '피델리티일본펀드' 등 일본 관련 펀드가 전체 판매액의 36%인 2164억원을 차지했다. 하나은행이 PB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PCA뉴실크로드펀드(일본 중국 인도 등에 투자)는 올들어 3월 말까지 2500억원이 몰리는 등 은행 PB센터 창구에는 일본 펀드를 찾는 부자고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부자고객이 일본 펀드로 몰리는 것은 향후 한국과 일본 증시를 놓고 볼 때 일본의 전망이 더 밝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사장은 "일본 경제는 버블을 완전히 제거한 뒤 설비투자 확대를 통해 경기회복기로 접어들고 있으며 일본 증시도 이를 반영해 강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엽 하나은행 분당 백궁지점장은 "브라질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신흥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 역시 각광받고 있지만 일본 시장은 선진 시장이어서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 부자고객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펀드의 투자 성과도 양호하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피델리티일본펀드의 1년 누적수익률은 53.87%였다. 올들어 3월 말까지 수익률은 4.63%이다. 이는 국내 주식형펀드가 올들어 3개월간 -5.07%의 저조한 실적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