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술시장 '희소식' 이어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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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식 < 경희대 교수·미술평론가 >
참으로 오랜만에 미술시장이 대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 전면적이지는 않지만 미술시장의 새로운 전기라 할 만한 소식들이 잇달아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1년 전에 비해 경매시장이 거의 두 배 가까운 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며,지난 2월 서울옥션 100회 경매에서 16억2000만원을 기록한 '철화백자운룡문호'의 낙찰소식과 함께 박수근 천경자 이우환 등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고,아트펀드의 필요성까지 등장하면서 미술품이 투자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일 뉴욕 소더비에서 출품작 25점 중 23점이 낙찰된 기록은 시작단계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홍콩 크리스티경매에 이어 국제무대의 꿈을 실현해가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최근 5개 갤러리의 베이징 진출 소식과 20~30여개의 갤러리가 전 세계 주요 아트페어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모습들은 세계시장으로 발돋움하려는 의지와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영국 미국시장 역시 활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동반 상승 효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이제 상승기류의 물꼬가 잡혀가는 상황에서 IMF 이후 어둡기만 했던 미술시장에 모처럼 날아드는 낭보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증폭시키고,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들을 정리해보면 시급한 것이 중저가 가격대의 활성화다.
최근 상위 고가작품들에 집중된 투자목적도 중요하지만 순수한 감상층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은 장기적인 저력을 키워가는 중요한 부분이다.
뛰어난 기획과 분명한 대상 설정으로 전시를 개최한다면 3월 노갤러리의 100만원 미만대 전시작품이 거의 매진되는 결과처럼 충분히 가능한 저력을 지니고 있다.
다음은 전세계 공통언어라고 볼 수 있는 시각예술의 특징을 살려 비좁은 한국시장만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조직적인 세계시장 진출을 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해외시장을 읽어내고 각국 소장층의 규모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능력이 거의 없는 편이다.
이를 위해 영화,디자인 등을 포괄하는 '해외문화예술정보센터' 설립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작가를 배양하는 대학교육체계의 혁신이 요구된다.
국내에는 약 1만명이 넘는 순수분야 미술대학 학생이 재학중이고 배출인력만도 10만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 고답적이고 경직된 교육과정 속에서 전업작가로 생존하기 위한 경영전략 부재,소극적인 국제무대 진출 등으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영국의 yBa작가들이 보여주었던 강력한 파워를 동반한 시대적 비평의식과 철학이 축적된 작가를 배출하고,중국의 경우처럼 철저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독자적 흐름을 창출하는 등의 제3세대 파워를 길러야 할 때다.
정부에서는 현재도 해외아트페어,한국국제아트페어에 5억원을 지원하고 있으며,27억원의 미술은행 작품구입,미술품 구입에 따른 세제혜택 부여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 단계 나아가 과감한 차세대 작가들의 발탁과 관련 학자,실무자들에 대한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평가와 세심한 심의과정을 통해 소액 다건주의보다는 '선택과 집중'에 의한 다액 소건지원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작가에게만 한정된 지원방식을 넘어서 연구ㆍ기획전문가들을 배양함으로써 관련 자료분석과 최대한 투명한 미술품 투자가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다.
미술계는 지난 2월 우리의 별이었던 백남준을 떠나보냈다.
한구석 여전히 허전하던 차에 최근 미술시장의 희소식들은 다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계기다.
이를 대반전의 기회로 삼아 다시 수십,수백명의 '포스트 백남준'을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