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세계 부동산 경기, 과연 꺾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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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정부가 주거용 해외주택 취득을 위한 송금한도 폐지 등을 주내용으로 한 '외환거래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해외 부동산투자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부동산시장에서는 거품논쟁이 거세다.
만약 세계 부동산경기가 거품이라면 아무리 제도가 풀렸다 하더라도 해외 부동산투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앞으로 세계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는 이렇다.
바로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금리인상으로 갈수록 가계부채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고 △금융기관들의 주택자금 부실화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정보기술(IT)→주가→달러가치' 하락으로 이어져온 일련의 거품붕괴 과정에서 남은 부동산도 거품붕괴는 필연적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부동산 거품경고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번의 부동산 가격상승은 실수요를 반영해 투기적인 징후가 거의 없고 지금의 경제여건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금리가 인상된다 하더라도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정도로 높게 인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두 견해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앞날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는 여러 방안이 있지만 요즘 들어서 인구통계학적 분석기법이 급부상하고 있다.
인구통계학적 분석은 한 나라의 계층별 인구 구성에서 자가소유 의욕과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주식과 채권을 본격적으로 매입하는 소위 자산계층(좁게는 40∼50세,넓게는 35∼55세)이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부동산값과 주가가 결정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
만약 한 나라의 인구 구성에서 자산계층이 두터우면 부동산값과 주가는 높게 형성되고,실수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설령 금리인상과 같은 자산시장에 비우호적인 요인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부동산값과 주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들의 주장이다.
1990년대 이후 자산시장의 예측에 관한 한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미국의 해리S 덴트는 2차 대전 이후 196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경우 미국의 부동산시장과 증시가 장기침체에 빠질지 모른다고 잇달아 경고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경우 가구주 연령이 45∼50세인 2070만 가구 중에서 76%,35∼40세인 2440만 가구 중의 67%가 자기주택을 소유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은 실수요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에 대해 버냉키 의장도 입장을 같이한다.
따라서 앞으로 금리를 계속 올린다 하더라도 부동산 거품붕괴보다는 종전처럼 부동산담보대출의 차환(借換)이 둔화되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폭이 낮아지는 이른바 '질서있는 진정국면'(an orderly calming down)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분간 미국을 비롯한 세계부동산 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을 우려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