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뇌'에서 사람의 행동 유발 요인을 1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고통 멈추기',둘째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다. 기본적인 생존 욕구 충족과 안락함에 대한 욕망은 그 다음이다. 의무감은 다섯 번째,열정은 아홉 번째다. 실제 이런 대목이 없지 않아서일까. 매나 기합 등 체벌의 필요성과 효과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많다. '매에는 장사 없다'거나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고도 한다. 졸업하고 나면 때린 선생님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가 하면 군대에서의 단체기합이 유대감과 의리를 가르친다는 사람도 있다. 군대와 학교,운동팀 등에서 매와 '얼차려'가 사라지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얼차려'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 팔굽혀펴기,앉았다 일어나기,주먹 쥐고 엎드려 있기,땅에 머리박기 등.러시아군에선 방독면을 쓰고 복무수칙을 외우게 하거나 무릎을 구부린 채 손으로 네모 모양을 만들고 서있게 하는 방법도 횡행한다고 한다. 부작용에 대한 숱한 지적과 고발에도 불구하고 '얼차려'가 상존하는데 대한 변은 많다. 많은 인원을 통솔하자면 부득이하다는 게 큰 이유지만 정신무장 내지 단체생활에 필요한 절제와 팀워크 강화의 도구라는 얘기도 있다. 얼차려를 통해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고 각오를 새로 다지게 한다는 것이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해병대 훈련과 가나안농군학교 수련회 등을 통해 정신 재무장을 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입소시간에 늦어 '얼차려'를 받았다고 한다. 앉으면서 '정신', 일어서면서 '개척'하고 외치는 동작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해병대 극기훈련'을 받은 직장인 상당수가 조직력과 정신력,자신감 강화 등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는 조사결과가 있지만 극기훈련이나 얼차려의 효과는 단정짓기 어렵다. 같은 훈련이나 벌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테니까. 얼(정신)차리기는 전적으로 각자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