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신한은행 공식출범] (下)과제와 전망‥LG카드 인수 '발등의 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신상훈 통합 신한은행장은 요즘 잠 못드는 날이 많다.
야쿠자에 맞서 연체 채권을 받아내고 노조의 반발에도 눈 하나 꿈쩍 않할 정도로 배짱과 뚝심을 갖춘 그다.
그런 그가 세우는 불면의 밤은 4월1일 출범하는 거함 신한은행호가 짊어진 과제의 중압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어제까지 신한의 성공요인은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오늘의 실패요인이 될 수 있다.
신한은행의 비약적인 발전 동력이 돼 온 강한 조직문화는 외부에 대한 배타성으로 이어져 신한 조흥 간 '문화 충돌'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선통합 후합병'이란 초유의 실험을 통해 지난 2년간 나름대로 감성통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조흥은행 노조가 양행 직원 나이 차에 맞춰 직급 조정을 강하게 요구하는 등 조직 안정과 화학적 융화 문제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신 행장이 통합은행장으로 내정된 날 혈혈단신 조흥 노조사무실을 찾아가 먼저 악수를 청한 것도 조직 갈등이란 불씨를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동안 신한을 이끌어온 강력한 리더십도 새로운 장애가 될 수 있다.
강한 리더십은 소규모 후발은행 시절 신한의 압축 성장을 이끈 힘이었다.
그러나 직원 1만명이 넘는 메가뱅크가 된 이상 지나친 권력 집중은 창의적 기업문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대해진 조직도 신한의 새로운 위협 요소다.
신한은행 내부에 체질화돼 있던 '파이팅 스피릿'과 '혁신 사이클'은 후발 소형 은행으로서의 생존 해법이었다.
그러나 1일 출범하는 거함 신한은행호는 혁신이란 엔진을 상실한 채 무거운 걸음으로 변화를 뒤좇는 '비대한 공룡'으로 전락할 수 있다.
공룡이 갈 곳은 무덤뿐이다.
직원 1만명의 거대 조직을 신속하고 효율적인 '날렵한 비룡'으로 만드느냐가 신임 경영진의 과제다.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높아진 만큼 메이저 금융사로서의 책임도 져야 한다.
그동안 신한은 책임 보다는 실리에 발빠른 은행으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시장의 마이너 플레이어로서의 혜택을 누려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더 이상 마이너 그룹으로 묻어갈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시장을 이끄는 선도 은행으로서의 역할이 어깨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선도 은행의 위상에 맞춰 시장에서 궂은 역할을 맡아야 하며 사회적 책임도 수행해 나가야 한다.
'위기는 성공에서 싹튼다'는 말이 있다.
뉴 신한은행호에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거함 신한은행호가 성공에 만취해 타성에 빠질 경우 메가뱅크로서의 새출범은 재앙이 될 수 있다.
당장 LG카드 인수전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인수에 성공하면 국민은행을 밀어내고 국내 카드시장의 맹주로 도약하게 된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리테일(소매) 확장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채 리딩뱅크 경쟁에서 탈락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과의 합병을 발판으로 '대한민국 넘버원 은행'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뱅크들과 경쟁하는 '월드클래스 금융회사'로 도약한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신 행장은 "꿈을 갖고 도전하는 순간,길은 반드시 열린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뉴 신한호가 어떻게 우리나라 합병의 역사를 다시 쓰며 블루오션으로 항해해 나갈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