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미국의 막대한 대(對)중국 무역적자로 인한 양국의 긴장관계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금융 공포의 균형(Balance of Financial Terror)' 상태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8일 보도했다.


금융 공포의 균형은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인 로렌스 서머스가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핵 공포의 균형'에 빗대 미국과 중국의 경제관계를 표현한 말이다.


미·소가 상대방의 핵무기가 가져올 피해를 우려해 전쟁을 선언하지 못했던 것처럼 미국과 중국은 환율과 무역 전쟁이 초래할 극심한 경제적 피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언제 깨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을 경우 중국산 수입품에 27.5%의 보복관세를 물리기로 한 법안(민주당 찰스 슈머 의원 발의)이 예정대로 31일 표결에 부쳐지면 균형은 깨질 수밖에 없다.


곧바로 중국의 보복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막강한 무기가 있다. 중국이 갖고 있는 미국 재무부 국채 2626억달러(1월 말 현재)다. 중국이 이 국채를 던질 경우 미국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당장 금리가 뛸 게 뻔하다.


미국이 얄미운 중국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이유다.


슈머 의원의 요청으로 상원이 일단 표결을 미루기로 해 양국은 위험한 순간을 피했다. 미국 의원들은 그러나 제2의 압박카드를 꺼냈다.


상원 금융위원장인 공화당 찰스 그래슬리와 민주당 상원의원 막스 보커스는 이날 중국을 겨냥,환율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의 차관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법안을 내놨다. 27.5% 보복관세 법안도 중국의 환율정책을 봐가면서 9월 말에 다시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취지다.


긴장의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내는 날이 다음 달 15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가 관심사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전쟁 선포나 다름없어 미국이 섣불리 꺼내기 어렵지만 중국으로서는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앞서 4월11일 미·중 합동상무위원회가 열린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2016억달러(2005년 기준)를 해소하기 위한 중국의 시장개방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긴장관계는 다음 달 1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때 분수령을 이룰 전망이다.


이에 따라 후 주석의 방미에 앞서 양국 관리들이 위안화 절상이나 시장개방 등에 관해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