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의 목사가 초안을 만든 설교문으로 보수 성향의 목사가 설교한다. 교계 원로들이 주로 단상에 올랐던 관례를 깨고 남성 장로와 여성 목회자가 각각 구약과 신약을 봉독하며 어린이도 단상에 올라 '생명과 창조 질서'를 주제로 기도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연합성가대가 한 목소리로 생명과 화해를 찬양하는 장관도 연출된다. 올해로 60년을 맞는 부활절 연합예배의 달라지는 모습이다. 다음 달 16일 오후 3시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2006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는 여느 해와 달리 명실상부한 개신교계의 연합예배가 될 전망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박종순 목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회장 박경조 주교)가 공동 주최하는 올해 연합예배의 주제는 '생명과 화해의 주,예수 그리스도'. 지난해까지는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한부연)가 연합예배를 주최해왔지만 올해는 보수 성향의 한기총과 진보 성향의 KNCC가 처음으로 공동 개최한다. 더구나 KNCC가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함께 작성한 남북교회 공동 기도문을 한기총이 일부 문구를 수정한 뒤 채택함에 따라 연합예배에서 낭독된다. 부활절 연합예배의 설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조용기 목사가 설교하게 될 공동설교문의 초안을 진보 신학자로 잘 알려진 채수일 한신대 신학대학원장이 작성하기 때문이다. 물론 작성된 초안은 부활절예배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확정되지만 진보신학자가 쓴 설교문 초안으로 보수적 성향의 목사가 설교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연합예배의 형식도 파격적이다. 교계의 원로목사들이 예배의 전 과정을 주도했던 예년과 달리 남녀노소가 다양하게 단상에 올라 예배를 진행한다. 성직자와 평신도,남과 여,어른과 어린이가 골고루 예배순서에 참여해 화합의 의미를 다진다는 설명이다. 외국인노동자와 장애우도 예배에 초청된다. 또 이날 모인 헌금은 전액 북한 결핵아동을 돕기 위해 사용된다. 10만명가량의 참석자 가운데 2만명이 연합성가대로 구성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성가대로 명성교회,여의도순복음교회,사랑의교회,온누리교회 등의 성가대가 한데 모여 예수 부활을 찬양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