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불법체류 '미국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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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새벽 6시가 채 안된 시간.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의 한 귀퉁이에 2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자그마한 키에 복장도 모두 비슷하다.
후줄근한 티셔츠에 낡아 빠진 청바지,그리고 야구모자 차림.잠시후 두 사람이 오더니 7~8명을 데리고 간다.
얼마후 또 3명이 빠져 나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대로 앉아 있다.
바로 미국의 웬만한 도회지에서 심심찮게 볼수 있는 '새벽 인력시장'모습이다.
일감을 구하는 사람은 중남미계 불법체류자들.공사장 막일,이삿짐 운반 등 허드렛일에 일손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임금은 시간당 6달러 정도.일감을 구하는 사람은 그래도 운좋은 사람이다.
그나마 공치는 사람이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다.
풍광이 아름답다는 몬터레이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과일과 채소가 많이 나는 '설리너스 밸리'라는 곳이 있다.
다름아닌 존 스타인벡의 간판소설 '분노의 포도'의 배경이다.
1930년대 '조드 일가'는 일자리를 찾아 이곳으로 왔다.
농장에 취직했지만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다.
농장주로부터 온갖 학대와 착취에 시달리지만 경찰도,법도 모두 농장주의 편이었다.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설리너스 밸리에는 여전히 '조드 일가'가 존재한다.
중남미계 불법체류자가 그들이다.
이들은 아직도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딸기 및 파인애플을 따기 위해 뙤약볕에서 하루종일 일한다.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법의 보호를 받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
극단적이지만 '현대판 조드 일가'와 같은 미국내 불법체류자는 1110만명(2005년 3월 말 현재)에 달한다.
이들은 백인이나 흑인,합법 이민자들이 꺼리는 온갖 허드렛일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없으면 미국 사회가 무너질 것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다.
미국이 불법체류자 문제를 둘러싸고 시끌벅적하다.
이들을 단속해야 한다는 '명분론'과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 갈등을 지켜보면서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선발 이민자들의 후손인 주류사회가 후발 이민자들을 거부하는 것만 같아 씁쓸함을 못내 지울 수 없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